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5회 국회(임시회) 5차 본회의에서 해병대원 특검법(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찬성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하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이 해병대원 특검법이 국회 재의결에서 부결될 경우, ‘상설특검’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12일 알려졌다. 상설특검은 별도 입법을 통한 특검과 달리, 이미 제정된 상설특검법에 따라 꾸려지기 때문에 대통령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 민주당은 또 국회 규칙을 고쳐 특검 후보자 추천위원회를 구성할 때 여당을 배제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야당들이 원하는 인사들로 특검 후보가 구성될 수 있다.

해병대원 사망사건 진상규명 TF 단장인 박주민 의원은 이날 유튜브 방송에서 “상설특검법을 활용하는 방법이 있다”며 “현재 있는 법이기 때문에 대통령이 거부할 수가 없다”고 했다. 민주당이 강행 통과시킨 해병대원 특검법안은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국회 본회의에서 재표결 절차를 앞두고 있다. 이 법안이 통과되려면 재석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해 범야권(192명) 전원이 찬성해도 표가 부족하다. 이에 민주당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는 상설특검을 활용하는 대안을 검토 중이란 것이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여당과의 중재안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이며 상설특검도 그중 하나”라고 했다.

그래픽=송윤혜

2014년 도입된 상설특검법(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은 개별 특검법을 만드는 과정 없이 곧장 특검을 가동할 수 있게 하는 법이다. 법무부 장관이 특검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거나, 국회가 본회의에서 특검 임명 요청안을 의결할 경우 가능하다. 국회 과반을 점한 민주당이 자력으로 상설 특검을 가동시킬 수 있다는 뜻이다. 상설특검이 도입된 경우는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을 위한 특검이 유일하다.

상설특검법은 법무차관, 법원행정처 차장, 대한변협 회장과 국회 추천 4명 등 7명으로 특검 후보자 추천위원회를 구성해 과반 의결로 2명의 특검 후보자를 대통령에게 추천하도록 돼 있다. 대통령은 그중 1명을 특검으로 임명해야 한다.

쟁점은 ‘국회 추천 위원 4명’이다. 이들에 대한 구체적 규정은 상설특검법이 아니라 국회 규칙에 있다. 지금은 제1교섭단체와 그 외 교섭단체가 각각 2명씩 추천하게 돼 있어,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추천권을 나눠 갖는 구조다.

민주당은 이들 4명 모두를 야당들이 임명하도록 국회 규칙을 개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사건 피의자가 대통령이나 대통령 가족 등일 땐 대통령이 소속된 정당의 교섭단체를 추천하지 못하도록 단서 조항을 신설하는 것이다.

여기에 ‘교섭단체가 2개에 미달하는 경우 교섭단체가 아닌 원내 정당 중 의석수가 가장 많은 정당 순으로 추가해 2개 단체에서 의뢰한다’는 조항을 추가하는 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조국혁신당도 추천권을 갖게 된다. 국회 규칙 개정은 운영위를 거쳐 본회의를 통과하면 가능한데 운영위원장과 국회의장 모두 민주당 인사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선 “위헌적”이란 지적이 나왔다. 헌재 연구관 출신의 한 법조인은 “수사권은 행정부 권한이고 견제와 균형 차원에서 특검 추천권을 여야에 분산시킨 것”이라며 “국회 규칙을 통해 상위법의 입법 취지를 허문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정치적 이해당사자인 야당이 대통령을 수사 대상으로 넣기만 하면 야당이 사실상 특검 추천권을 행사하는 구조라 문제가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상설특검에 대한 민주당의 구체적인 입장이 있는지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서도 “특검 추천권을 규정한 국회 규칙을 야당 입맛대로 고치는 건 위헌적 요소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