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7·23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이 당원들을 향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왼쪽부터 나경원·원희룡·윤상현·한동훈 후보(가나다순). /뉴스1·연합뉴스

여당 대표를 선출하는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가 일주일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나경원·원희룡 후보의 연대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그동안 각종 여론조사에서 두 사람은 한동훈 후보에게 오차범위 밖으로 뒤지며 2·3위를 번갈아가며 기록해 왔다. 당내에선 “나·원 후보 측이 전당대회 투표 전(前)에 후보 단일화를 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그것보다는 결선 투표로 갈 경우를 대비한 연대를 지금부터 모색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래픽=박상훈

나경원 후보는 지난 13일 경남 창원 당원협의회 간담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원 후보와 연대 가능성에 대해 “실질적으로 생각이 비슷하다면 거친 싸움을 하는 것보다 사퇴하는 것이 낫지 않느냐. 그래서 자연스럽게 절 도와주는 것이 어떨까 생각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원희룡 후보는 부산 남구 당원협의회 간담회 직후 “굳이 말하면 나 후보가 저를 돕게 될 것”이라고 했다.

경선전 초반에는 주로 원 후보가 나 후보를 향해 ‘단일화’를 언급했는데, 지금은 나 후보가 그 문제에 적극적인 반응을 보이는 상황이다. 나 후보 측은 지난주말 발표된 여론조사를 근거로 원 후보의 지지율이 조금씩 빠지고 나 후보가 2위로 올라가는 추세라고 판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원 후보 측은 “당원들의 표심은 여전히 원 후보가 나 후보에게 앞서있다”고 했다. 여권 관계자는 “전당대회가 다가올수록 ‘결선 투표 시 나경원·윈희룡 연대’가 중심 이슈가 될 것”이라며 “‘한동훈 당 대표’를 저지하려는 친윤 입장에서도 장차 두 사람 연대가 필요하다고 볼 것”이라고 했다.

이런 ‘연대’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23일 한 후보가 과반 확보에 실패해 1·2위 득표자 간에 결선 투표가 이뤄져야만 한다. 지금까지 발표된 여론조사에서는 한동훈 후보가 과반을 확보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왔다. 하지만 친윤계는 국민의힘 당원만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실시하면 결과가 다를 것이라고 본다. ‘민심(民心)’과 ‘당심(黨心)’에 차이가 크다는 것이다. 결선 투표로 간다면 25일 토론회, 26~27일 선거인단 투표와 일반국민 여론조사를 거쳐 28일 그 결과가 발표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친윤계는 비윤(非尹)을 결집시킬 충분한 시간이 있다고 보는 것 같다”고 했다.

23일 경선에서 당원들의 투표 참여율도 변수로 꼽힌다. 투표율이 낮으면 조직표의 영향력이 커져서 그만큼 한 후보에게 불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민의힘 전당대회 투표율은 2021년 45.4%(이준석 대표 선출), 2023년 3월 55.1%(김기현 대표 선출)를 기록했다. 선거인단 규모는 2021년 32만8889명, 2023년 83만9569명에 이어 이번에는 84만3292명이다. 각 후보 캠프는 ‘김건희 여사 문자 메시지’ 논란과 ‘경선 개입’ 논란 등이 선거인단 투표율에 미칠 영향을 주목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14일 한 언론은 한동훈 캠프의 당원 여론조사 결과라면서 한 후보가 과반 지지율을 확보한 걸로 나왔다는 취지의 기사를 보도했다. 한 후보 측은 “한동훈 캠프와는 무관하게 이뤄진 보도”라며 “보도 내용이 사실과 부합하는지 여부도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을 냈다. 이에 대해 원 후보 측은 해당 보도에 대해 “당심을 교란하려는 여론 공작 시도에 불과하다”며 “여론조사 결과를 공표할 수 없도록 한 선거관리 규정도 위반할 만큼 (한 후보 측이) 상당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했다. 나 후보 측은 한 후보 캠프를 여론조사 공표 금지 위반 혐의로 당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