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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한동훈 신임 당대표가 23일 수락 연설에서 “당원 동지 여러분과 국민은 오늘 국민의힘의 변화를 선택하셨다. 오늘 국민의힘에는 새로운 변화를 이끌 강한 힘이 모였다”며 ‘변화’와 ‘미래’를 강조했다. 한 대표는 구체적인 변화 방향과 관련해 민심과 국민 눈높이에 대한 반응, 미래를 위한 유능함, 외연 확장 등 세 가지를 꼽았다.

한 대표는 이날 “국민 마음과 국민 눈높이에 더 반응하자”며 “민심을 이기는 정치는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아직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정치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건강하고 생산적인 당정 관계와 합리적 토론을 통해 민심을 파악하고 민심의 파도에 우리가 올라타자”고 했다. 정치 컨설턴트 박성민씨는 “여당 혁신의 전제 조건은 당정 관계의 회복”이라며 “한 대표와 대통령의 관계가 회복되지 않는다면 의원들과 친윤계의 비협조로 성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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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표가 당대표 선거 과정에서 수평적 당정 관계를 강조하자 다른 후보들은 그렇게 되면 윤 대통령과 골이 더 깊어질 것이라고 했다. 이런 우려를 의식한 듯 한 대표는 이날 한미 동맹 복원, 체코 원전 수주 등 윤석열 정부의 성과를 여러 차례 강조했다. 한 대표는 이날 전당대회 후 윤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당정 화합의 뜻도 전했다고 한다. 한 대표는 “앞으로 당정이 화합해서 좋은 정치를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포부를 말씀드렸다”고 했고, 윤 대통령은 “고생 많았다. 좋은 정치를 잘해달라”는 취지로 격려했다고 한 대표는 전했다.

한 대표는 당대표 선거 운동 과정에서 재집권 가능성을 자기의 강점으로 내세웠다. 그는 이날 정권 재창출 방안으로 ‘중도·수도권·청년’으로의 외연 확장을 꼽았다. 한 대표는 “과거 우리와 상대(야권)의 확고한 지지층 비율이 3대2였다면 지금은 2대3″이라며 “우리는 외연을 확장해야 이길 수 있고 상대는 현상을 유지해도 이길 수 있다. 지난 대선 당시 우리 국민의힘을 선택해 주셨던 유권자 연합을 단시일 내에 복원하겠다”고 했다. 보수층 외에 중도층과 조국 사태 등에 실망해 현 야권 진영에서 이반한 중도 진보 세력까지 끌어안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한 대표는 이어진 기자회견에서도 “윤 대통령을 당연히 찾아봬야 한다”며 “당정 관계를 생산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대통령을 찾아뵙고 자주 소통 드릴 생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당에는 앞으로 친한(親韓)이나 친누구니 하는 정치 계파가 없을 것”이라며 “승리의 기반을 만들기 위해 유능한 분들과 함께할 것”이라고 했다. 한 대표는 수락 연설에서도 나경원·원희룡·윤상현 후보를 언급하며 “함께 경쟁했던 모든 분과 함께 가겠다. 각별한 정성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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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표는 최근 검찰이 검찰청사가 아닌 제3의 장소에서 김건희 여사를 비공개 조사해 논란이 된 것에 대해 “그간 조사가 미뤄지던 것을 영부인께서 결단해서 직접 대면 조사가 이뤄졌다”면서도 “다만 검찰이 수사의 원칙을 정하는 데 있어 더 국민의 눈높이를 고려했어야 한다”고 했다. 한 대표는 캠페인 과정에서 제안한 제3자 추천 해병대원 특검법안이 원내에서 반대에 부딪힐 가능성과 관련해서는 “당내 민주적인 절차를 통해 토론해 보겠다”고 했다.

한 대표는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고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공군 법무관을 거쳐 2001년 서울지검 검사로 임관했다. 이후 20여 년간 검사를 하며 주요 대기업 사건이나 대형 게이트 사건 수사 등에 참여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윤석열 검찰총장 밑에서 서울중앙지검 3차장,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등을 거쳤고, 조국 사태 이후 부산고검 등으로 좌천됐다. 한 대표는 2022년 윤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법무부 장관에 임명됐다. 22대 총선을 넉 달 앞둔 작년 12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입당한 지 7개월 만에 집권당 대표에 올랐다. 한 대표는 4월 총선 패배 책임을 지고 비대위원장을 사퇴한 지 석 달 만에 당대표 선거에 나서면서 논란이 있었지만 이날 당원들의 압도적 선택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