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왼쪽)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선서문을 제출한 뒤 인사를 하지 않고 자리로 돌아가려 하자 더불어민주당 소속 최민희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이 이를 지적하려고 이 후보를 다시 불러 설전을 벌이고 있다. /뉴스1

여야가 2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의 인사 청문회에서 강하게 충돌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 후보자 낙마를 예고하면서도,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할 경우 또다시 탄핵을 추진하겠다고 총공세를 폈다. 이 후보자가 임명되면 친민주당 성향 방송을 해온 MBC 사장을 교체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를 막겠다는 것이다.

통상 국무위원 청문회는 하루 진행하지만, 민주당은 이 후보자에 대한 송곳 검증이 필요하다며 여당 반대에도 이틀(24~25일) 일정안을 강행 통과시켰다. 이날 청문회는 시작 전부터 고성이 오가며 파행을 빚었다. 이 후보자가 증인 선서를 한 뒤 증서를 민주당 소속 최민희 과방위원장에게 제출하고 자리로 돌아가려 하자 최 위원장은 이 후보자가 인사를 하지 않았다며 불러 세우기도 했다. 최 위원장은 “저와 싸우려 하면 안 된다”고 이 후보자 귀에 속삭였다. 야당 의원들은 질의 내내 이 후보자의 MBC 재직 당시 법인 카드 사적 이용 의혹과 정치적 편향성 등을 문제 삼으며 사퇴를 요구했다. 여당 의원들은 “직무 수행과 관계없이 모욕 주는 질문만 난무한다”고 반발했다.

방통위원장 선임을 둘러싼 충돌은 MBC 사장 교체 문제와 직결돼 있다. MBC 사장은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진이 선임하는데, 방문진 이사회를 방통위가 임명하게 돼 있다. 현재 방문진 이사진 9명 가운데 6명이 문재인 정부 시절 임명한 야권 성향이라, 현 정부 들어서도 야권 성향 사장이 취임할 수 있었다. 여권은 이 때문에 MBC가 ‘바이든 날리면’ ‘대파 값 보도’ 등 이슈 때 과도하게 정권을 공격하는 보도를 해왔다고 보고 있다. 방문진 이사진 임기가 8월 12일 만료됨에 따라 방통위는 지난달부터 새 이사진 선임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관례에 따라 여(6명)·야(3명) 추천 인사로 바뀌면 이사진 다수가 친여 성향이 된다. 지난해 3월 취임한 안형준 MBC 사장의 임기는 2026년 3월까지인데, 새 방문진 이사진이 사장 교체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은 이를 막으려고 방통위 업무를 사실상 계속 마비시켜 왔다.

방문진 새 이사진 선임을 위해선 방통위원 의결 절차가 필요한데, 현재 방통위는 이상인 부위원장 1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어 불가능한 상황이다. 현 정부 들어 임명된 방통위원장들은 민주당의 탄핵 압박으로 임기 3년을 채우지 못하고 줄줄이 사퇴했다. 이동관 위원장은 3개월 만에 사퇴했고, 김홍일 위원장도 6개월 만에 자진 사퇴했다. 탄핵안이 처리되면 위원장 직무가 정지돼 방통위 의결 절차가 중단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이 후보자 역시 탄핵을 예고하고 있으나, 이 후보자는 시간표상 방문진 이사진 선임 절차를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야권 관계자는 “탄핵은 구체적 행위가 있어야 할수 있는데, 이 후보자가 임명된 뒤 바로 방문진 이사진 구성을 의결하면 막을 방법이 없다”고 했다. 이에 대비해 민주당은 방통위원 4명이 구성되지 않으면 의결이 불가능하도록 하는 방통위설치법 개정안 등 ‘방송 4법’을 25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쓸 것으로 예상된다.

MBC 등 공영방송 사장은 임기와 무관하게 정권이 바뀌면 다른 공공기관 수장들처럼 교체돼 왔다. 민주당은 야당이던 2016년 공영방송 사장을 정권 입맛대로 바꿀 수 없게 하는 법안을 당론과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정권을 잡은 뒤에는 공약과 반대로 KBS와 MBC 사장을 무리한 방법으로 해임했다. 그러다 다시 야당이 되자 ‘공영방송 정상화’를 또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 재선 의원은 “공영방송 개혁 문제는 민주당에서 먼저 내건 것이고, 문재인 정부 때 완수했어야 한다”며 “정권이 넘어간 뒤 이제와 언론 개혁이란 이름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비판에 딱히 할 말이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