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25일 오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이훈기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25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인사청문회에서 이 후보자가 인사청문위원의 질의에 사진을 들고 답변한 것을 두고 더불어민주당과 이 후보자 사이에 신경전이 벌어졌다.

민주당 이훈기 의원은 이 후보자가 MBC 홍보본부장으로 있었던 2012년 MBC 노조의 파업에 대응해 부당노동행위를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의원은 MBC가 외부 업체와 맺은 ‘소셜미디어 대응 용역’ 계약서를 공개하면서 “MBC가 노조의 파업을 무력화하고 공격하기 위해 거액을 들여 노조 파괴 공작과 여론 형성을 불법적으로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또 당시 MBC가 직원들의 PC에 ‘트로이컷’이라는 소프트웨어를 설치해, 직원들의 정보를 불법적으로 수집했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이 후보자는 준비해온 사진을 한손으로 들여 보였다. 당시 MBC 인트라넷 사이트를 캡처한 사진이었다. 이 후보자는 “그때 MBC 인트라넷이 해킹당했던 자료다. ‘오늘의 식단’이 (해킹돼) ‘콩밥’ ‘쥐 튀김’ ‘조인트’ ‘제철 음식을 조각조각 씹어봅시다’(로 바뀌어 있었다)”고 했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25일 오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당시 MBC 인트라넷 사이트를 캡처한 사진을 들어보이고 있다. /국회방송

‘쥐 튀김’은 당시 대통령이었던 이명박 전 대통령을 조롱하는 말이고, ‘조인트’는 당시 MBC 사장이었던 김재철 전 사장이 청와대에 불려가 이른바 ‘조인트를 까이고’(정강이를 맞고) MBC 노조에 대한 탄압에 나섰다는 주장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제철 음식’은 김재철 전 사장을 조롱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말이었다.

이 후보자는 노조 측이 MBC 인트라넷을 해킹했기 때문에 이에 대응하는 소프트웨어를 설치했던 것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자는 “(파업으로) 회사 문을 닫아야 할 정도로 엄청난 상황이 발생해, 회사 임원으로서 리스크 매니지먼트(위기관리) 계약을 맺은 것”이라고 했다. 이 과정에서 이 후보자는 다른 한손으로도 다른 사진을 들여 보였다.

그러자 과방위원장인 최민희 의원이 “그거(사진) 내려라. 지금 피켓 투쟁하느냐”며 이 후보자를 제지했다. 최 의원은 “후보자처럼 피켓을 들고 코믹하게 위원회의 권위를 무너뜨리는 행동을 하는 후보자가 있었나”라며 이 후보자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이 후보자는 “제가 왜 사과해야 하는지 설명해주시면 사과하겠다”며 “위원장님이 불쾌하니 사과하라는 이야기인가”라고 되물었다. “왜 자료를 한 손으로 들어서 제시하는 것은 가능하고(두 손으로 각각 들어서 제시하는 것은 안 되는가)”라고도 했다.

국민의힘 박정훈 의원은 “후보자가 내용을 설명하려고 자료를 든 것을 금지하고 사과하라는 것은 지나치다”며 “그런 규정을 사전에 공지한 것도 아니고, (과거 다른 인사청문회에서 다른 후보자가) 피켓을 들고 설명한 일도 있다. 후보자를 겁박하면서 사과를 요구하는 데 공감할 수 없다”고 했다.

최 의원은 “질서 유지와 관련한 위원장의 직무를 규정한 국회법 49조에 따라 정식으로 후보자의 사과를 요구한다”고 했고, 이 후보자가 “불쾌하셨다면 사과드린다”고 말하면서 다툼이 일단락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