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희 국회 과방위원장이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소속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이 29일 탈북자 출신 국민의힘 박충권 의원을 향해 “전체주의 국가에서 생활하다 보니 민주주의적 원칙이 안 보이냐”고 했다. 국민의힘은 “탈북자에 대한 비하, 인신공격”이라며 강하게 반발했고, 논란이 커지자 최 위원장은 발언을 철회하고 사과했다.

최 위원장의 발언은 박충권 의원이 이날 과방위 전체회의에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인민재판’에 빗대면서 나왔다. 박 의원은 민주당이 이 후보자 청문회를 ‘후보자 망신 주기’로 진행했다며 “한 인간에 대한 심각한 인신공격, 집단공격, 인민재판이 아닌가”라고 했다.

그러자 최 위원장은 박 의원에게 “저기요, 전체주의 국가에서 생활하시다 보니 민주주의적 원칙이 안 보이십니까”라며 “여기가 대한민국 국회입니다. 인민재판이라는 표현이 말이 됩니까”라고 했다. 박 의원의 탈북 이력을 거론하며 ‘북한에서 와서 민주주의가 뭔지 모르냐’는 식으로 따진 것이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어떻게 그런 막말을 하느냐”고 항의했다.

박충권 의원은 평양 국방종합대학에서 화학을 공부한 후 2009년 탈북해 현대제철 책임연구원으로 일하다 22대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다. 박 의원은 최 위원장의 발언 직후 페이스북에 “(최 위원장은) 사람이 가져야 할 원칙을 어겼다. 자유민주주의를 찾아 목숨을 걸고 대한민국에 온 탈북민들에게 사죄하라”고 했다. 이어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자신에 대한 수사를 두고 ‘증거가 없으니 인민재판’이라고 쓴 게시물을 공유했다. 최 위원장이 문제 삼은 ‘인민재판’이란 표현을 이 전 대표도 썼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이날 “차별과 막말이 일상화하는 것을 국민의힘과 함께 막아달라”고 했다.

논란이 되자 최 위원장은 회의 도중 “대화 과정에서 전체주의 운운한 부분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며 “박 의원이 사선을 넘어 자유주의 민주국가 대한민국에 온 것에 경의를 표한다”고 했다.

민주당이 탈북자 혐오성 발언을 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작년 9월엔 탈북 외교관 출신인 태영호 당시 국민의힘 의원이 국회 대정부 질의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외면하는 민주당을 비판하며 “공산 전체주의에 맹종하는 것”이라고 하자, 민주당 박영순 의원은 태 의원을 향해 “쓰레기”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