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29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약 31시간 만에 강제 종결하고 ‘방송4법’ 가운데 방송문화진흥회법(MBC 관련) 개정안을 강행 처리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표결 직전 퇴장했고, 법안은 재석 야당 의원 전원(187명) 찬성으로 통과됐다. 이어 우원식 국회의장이 방송4법 중 네 번째 법안인 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을 상정했고, 국민의힘은 김용태 의원을 시작으로 4차 필리버스터에 돌입했다. 이 법안이 30일 오전 처리되면 지난 26일부터 시작된 ‘5박6일’의 방송4법 필리버스터 정국은 일단락된다.
민주당이 밀어붙이는 방통위법은 방통위원 전체 5인 중 4인 이상이 출석해야 회의를 열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고, 나머지 방송 3법(방송법·방문진법·교육방송공사법)은 KBS·MBC·EBS 이사 수를 대폭 늘리고, 이사 추천권을 언론 관련 단체·학회 등에도 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방통위법과 방송법은 지난 26일과 28일 각각 민주당 등 야당이 강행 처리했다. 방통위 의결 정족수가 4인으로 늘면 야당이 자기 몫 방통위원(5인 중 2인)을 추천하지 않거나 야당 추천 위원이 회의에 참석하지 않을 경우 방통위 운영이 마비된다. 공영방송 이사 수를 대폭 늘리는 등을 담은 방송 3법이 시행되면 현재 정부·여당이 진행 중인 공영방송 이사진 교체 작업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이날 당 회의에서 “방송 4법과 이진숙 방통위원장 후보자 청문회, 방통위 부위원장 탄핵 시도는 MBC 등 공영방송 장악 의도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저희는 야당이 내미는 ‘독이 든 사과’를 거부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반면 민주당 박찬대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은 공영방송 탈취 시도를 당장 포기하고, 이진숙 후보자 지명을 철회하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 주 중 방통위의 ‘2인 체제’ 복원을 위해 이 후보자와 이상인 전 위원장 직무대행 후임을 함께 임명하고, 방송4법에 대해서는 다음 달 6일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4법이 국회로 돌아오면 재의결이 이뤄지는데 108석을 확보한 국민의힘이 반대해 부결·폐기될 공산이 크다. 이날 국회 과방위는 이진숙 후보자의 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을 심의했지만 야당 반대로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이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갑질’을 했다는 논란에 휩싸인 민주당 소속 최민희 과방위원장을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소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