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범수 국민의힘 의원. /뉴스1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29일 당 조직·재정을 관장하는 사무총장에 재선의 서범수(61·울산 울주) 의원을 임명했다. 한 대표는 추가 당직 인선과 관련해 “많은 말씀을 들으며 신중하고 차분하게 진행하겠다”면서도 “민심과 당심은 분명히 변화를 요구했다”고 밝혀 인적 쇄신을 예고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서범수 신임 사무총장은 울산 출신으로 서울대 농업경제학과를 졸업했다.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경찰에 입직해 경찰대학장(치안정감) 등을 지냈고, 21대 총선 때 당선돼 재선했다. 초선 때는 이준석 당시 국민의힘 대표 비서실장을 지냈다. 통상 정권 주류 인사가 맡던 집권당 사무총장에 친윤 색채가 옅은 서 의원을 임명한 배경과 관련해 한 대표는 “변화에 유연하면서도 어려운 일에 앞장설 수 있는 분”이라고 했다. 한 대표는 앞서 당대표 비서실장에 박정하(재선·강원 원주갑) 의원을 임명했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박 의원은 정진석 현 대통령 비서실장이 이명박 청와대 정무수석을 할 때 청와대 춘추관장을 지낸 인사”라며 “한 대표가 친윤 색채가 강하지 않으면서도 대통령실과 소통에 강점이 있는 인사를 염두에 두고 당직 인선을 하는 것 같다”고 했다.

한 대표는 지명직 최고위원(1인)과 당연직 최고위원인 정책위의장 인사도 추가로 할 계획이다. 현 정점식(3선·경남 통영고성) 정책위의장은 지난 5월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이 취임하면서 임명됐다. 검사 출신으로 윤 대통령 신임이 두텁다. 한 대표도 정 의장 인품이나 역량에 대해서는 평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한 대표는 이번 전당대회 표심을 고려할 때 정 의장 교체가 필요하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표 측 관계자는 “총선 참패 후 치러진 전당대회에서 한 대표에게 62.8% 득표율을 보내준 민심·당심은 당의 강력한 변화를 요구한 것”이라며 “그런 차원에서 당직 인사는 백지(白紙) 상태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한동훈(맨 오른쪽) 대표가 29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한 대표는 이날 당 사무총장에 계파 색채가 옅은 재선의 서범수 의원을 임명했다. 오른쪽부터 한 대표, 추경호 원내대표, 정점식 정책위의장, 장동혁 최고위원. /이덕훈 기자

한 대표 측 정광재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KBS 라디오에 출연해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고 했는데 관행에 반하는 부분에 대해 정점식 의원께서 재고해야 한다”며 정 의장의 용퇴를 촉구했다. 서범수 사무총장도 기자들과 만나 “(정책위의장) 임기는 의미가 없다”고 했다. 정책위의장 임기는 1년으로 당헌·당규에 규정돼 있지만, 당대표에게 임면권이 있고 관례적으로 새 당대표가 취임하면 사의를 표명하고 당대표의 인사권을 존중해왔다는 점을 거론한 것이다. 한 대표는 범친윤, 비윤계 의원 전반을 후보군으로 두고 정책위의장 등 인선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양수(3선), 김재섭(초선) 의원 등 정책 전략 마인드가 있거나 비교적 젊은 인사를 정책위의장이나 지명직 최고위원에 임명할 가능성도 거론된다”고 전했다.

반면 친윤계에선 정점식 의장 교체 시도를 한동훈발(發) 여당 세력 재편의 신호탄으로 보고 불편해하는 분위기다. 한 친윤계 중진은 “정책위의장 임면권이 당대표에게 있긴 하지만 의원총회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불필요한 오해를 피하려면 정 의장 교체에 신중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과거 주요 당직 인사는 한두 자리를 제외하면 논공행상 차원에서 당대표 경선을 도운 측근 의원들을 배치하는 경우가 많았다. 당내 주요 세력을 대표하는 중진들과 사전 조율도 이뤄졌다. 반면 한 대표는 친소 관계보다 ‘일 잘하는 사람’을 주요 기준으로 삼고, 세력 차원의 인사 협의는 안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표는 이날 여의도연구원을 여론 파악 기능 이외에 민생 정책 개발, 청년 정치 지원 등 3부문으로 분리해 운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