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이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광복회와 야당 등의 주장에 대해 반박하고 있다./ 장련성 기자

이종찬 광복회장이 김형석 신임 독립기념관장 임명에 대해 “독립기념관이 뉴라이트 세력에 유린당하고 있다. 대통령 주변에 밀정이 있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한 뒤, 야당은 한술 더 떠 윤석열 정권을 ‘밀정·친일 정권’으로 규정하고 나섰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또다시 고질적인 ‘토착 왜구 프레임’으로 논란을 확산시키려 한다”는 말이 나온다.

박찬대 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12일 “윤석열 대통령은 김 관장에 대한 임명을 즉각 철회하라”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광복절 행사에 불참할 것을 선언한다”고 했다. 그는 김 관장이 취임 첫날 기자들과의 질의응답 과정에서 ‘친일인명사전에 잘못 기술돼 억울하게 매도된 분들이 있다’고 한 발언을 문제 삼았다. 그는 “독립기념관을 친일파 명예 회복을 위해 존재하는 위원회로 추락시켰다”며 “대한민국의 역사를 부정하는 폭거”라고 주장했다.

정청래 최고위원도 “윤석열 정권은 일본 정부입니까, 한국 정부입니까”라며 “일본의 역사 왜곡에 발맞춰 윤석열 정권도 일본과 한통속이 되어 짝짜꿍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헌법 부정 세력이고 역사 쿠데타 세력”이라고도 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윤석열 정권은 밀정 정권”이라며 “그 밀정들을 어떻게든 파내어 국민 앞에 엎드려 사죄하게 하고 처벌할 것”이라고 했다.

김준혁 의원은 독립기념관장이나 관장 후보자가 식민사관을 정당화했을 경우 이사회가 임명 후에라도 해임이나 지명 철회를 임명권자인 대통령에게 건의할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김형석 방지법’(독립기념관법 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했다. 김 의원은 총선 과정에서 불거진 과거 ‘이대생 성 상납’ 발언으로 이화학당으로부터 고발당했는데, 지난 6월엔 맞고소했다. 백범 김구 선생 증손인 민주당 김용만 의원은 “용산 자체가 밀정일 수 있다”고 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김 관장을 임명한 윤 대통령을 겨냥해 “밀정을 국가 요직에 임명하는 자가 왕초 밀정”이라며 “친일파 밀정을 한 명 한 명 색출해 국민께 고하겠다”고 했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은 이날 국회에 김 관장 임명 규탄·철회 결의안을 제출했다.

국민의힘은 일단 사태를 지켜보자는 분위기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김 관장의 그간 발언들이 확대 해석돼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견들이 있었다”며 “이를 좀 지켜보고 대응하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