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회와 더불어민주당 등이 김형석 신임 독립기념관장을 ‘뉴라이트 극우’ ‘친일파’라고 규정하고 그를 임명한 윤석열 정권은 “’매국’ ‘밀정’”이라며 공세를 퍼붓고 있지만 국민의힘은 정면 대응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일부 인사가 산발적으로 개인 의견을 밝혔지만 광복회와 야 6당의 광복절 경축식 불참 방침을 비판하는 원론적 수준이라 국민의힘이 야당의 ‘친일 몰이’ 공세에 너무 수세적으로 대응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지난 11일 한지아 수석 대변인이 논평에서 “광복절 경축식 참석은 선택 사항이 될 수 없다”며 불참을 시사한 야당을 비판한 것 말고는 김 관장 인사를 둘러싼 이종찬 광복회장과 야당의 공격에 적극 대응하지 않고 있다. 지난 12일 한동훈 대표와 국민의힘 4선 의원들 오찬에서도 “사안을 지켜보고 대응하자”는 의견 정도만 오갔다고 한다. 논란이 확산하자 한 대표는 13일 “(독립기념관장) 인사에 여러 찬반 의견이 있을 수 있다. 그것 때문에 광복절 기념식을 거부하는 것은 공감하기 어렵다”고 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관훈토론회에서 “당에서 (김 관장 인사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특별한 입장을 안 내고 있다”고 했다.
일부 전·현직 의원이 개인 차원에서 입장을 밝히긴 했다. 국민의힘 강승규 의원은 “민주당이 건국절 논쟁을 소환하며 국민을 분열시키고 있다”고 했고, 조해진 전 의원은 “독립기념관장이 아니라 광복회장이 물러나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들도 야당의 ‘윤석열 정권=친일’ 공격을 정면으로 반박하기보다 광복절 행사 불참 방침을 비판하는 수준에 그쳤다. 13일 오후 국민의힘 신동욱 원내 수석 대변인이 논평을 내고 “윤석열 정부는 건국절을 제정하겠다고 발표한 적도 없고 앞으로도 그럴 계획이 없다고 분명히 밝혔다”며 “야당의 정치 선동이 도를 넘고 있다”고 했다
여권의 이런 대응을 두고 “야당의 친일 몰이에 말려들지 않으려고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이란 말이 나온다. 그러나 한국 근현대사에 대한 철학이나 자신감 부족 때문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지난 2월 이승만 전 대통령과 관련한 역사 왜곡을 지적한 영화 ‘건국 전쟁’이 화제가 되자 당시 한동훈 비대위원장을 비롯한 국민의힘 의원들이 연달아 공개 관람에 나섰다. 영화는 현재 야권이 제기하는 ‘건국절 추진’ 논란과 관련해 반박하는 내용도 다뤘다. 한 여권 관계자는 “야당의 억지 공세에 여권 정치인들이 이론적 공방을 피하는 인상”이라며 “이럴 거면 ‘건국 전쟁’은 왜 봤느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