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박찬대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16일 해병대원 특검에 대해 “순직 해병의 억울함을 풀고, 외압의 진실을 밝힐 수만 있다면 민주당은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언급했던 제삼자 (특검 후보) 추천안도 수용할 수 있다”고 했다. 이에 한 대표는 “(민주당 출신 김규현 변호사 등의) 제보 공작 의혹까지 수사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을 반영해 진행하겠다”고 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민주당이 해병대원 특검을 발의하니까 국민의힘에서 정쟁용이라고 왜곡한다”며 “해병대원 특검은 진실과 정의를 바로 세우자는 것이지 정쟁을 하자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이어 “국민 절대다수가 지지하고 있는 특검법을 추진하는 것을 정쟁이라고 하는 것은 억지”라고 했다. 그는 한 대표를 향해 “자체 특검안을 제시하길 바란다”고 했다.
해병대원 특검은 작년 7월 발생한 해병대원 순직 사건 수사 과정에서 대통령실의 외압이 있었다는 의혹 등을 규명하자며 민주당 등 야당이 발의한 특검법이다. 21대 국회에서 야당이 일방 처리했으나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을 행사한 뒤 재표결에서 부결돼 폐기됐다. 22대 국회 들어 민주당은 특검 후보 추천 주체를 대한변협에서 민주당·조국혁신당으로 바꾼 특검법을 다시 발의했고, 이 법안도 거부권 행사 이후 폐기됐다. 이후 한동훈 대표가 국민의힘 전당대회 과정에서 특검을 야당이 아닌 대법원장 등 제삼자가 추천하는 해병대원 특검법 발의를 제안했는데, 박 원내대표가 이를 수용할 수 있다고 밝힌 것이다. 앞서 민주당 이재명 당대표 후보 측은 지난달 말 한 언론이 “이 후보가 8·18 전당대회 직후 제삼자 추천 특검을 수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하자 “사실이 아니다. 검토한 바 없다”고 밝혔었다.
이에 한 대표는 입장문을 내 “민주당은 위헌적 특검 법안이 저지되자마자 더욱 위헌성이 강해진 특검 법안을 제출했다”며 “그러면서도 오늘은 국민의힘이 제시하는 특검안을 수용할 수도 있다고 말하는 등 갈팡질팡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했다. 그는 “그동안 대법원장이 (특검을) 선정하고 위헌적 요소를 제거한 특검안을 내자는 입장을 밝혀왔다”며 “최근 드러난 소위 제보 공작 의혹까지 수사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이 필요하다는 등 의견을 반영해 필요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했다. 한 대표가 말한 ‘제보 공작’ 의혹은 민주당 총선 예비후보 출신 김규현 변호사가 민주당, 일부 언론사 등과 공작해 임성근 해병 1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을 제기했다는 의혹이다. 한 대표는 당 소속 의원들을 만나 관련 의견을 계속 듣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박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갈팡질팡한 적이 없다”면서 “한 대표도 특검 법안을 내면 법제사법위에서 통합해 심의하겠다”고 했다. 민주당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국민의힘 의원들은 한 대표와는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듯 보인다”며 “한 대표가 응답한 만큼 국민의힘은 하루빨리 해병대원 특검법을 발의하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한 대표가 말한 부분에 대해 (여당이) 야당과 협의를 더 거칠 것으로 보인다”며 “여야 간 논의 과정을 좀 더 지켜본 뒤 입장을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현재 관련 수사를 진행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 결과가 미진하면 특검을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