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민주당 대표실을 예방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환담을 나누고 있다. 2023.12.29. /뉴시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오는 25일 오후 3시 국회에서 ‘민생’을 주제로 양자 회담을 하기로 했다. 두 사람이 당대표 자격으로 회담을 하는 것은 처음이다.

국민의힘은 19일 “한 대표와 이 대표는 25일 오후 3시 국회 본관 내에서 회담하기로 조율했다”고 밝혔다. 민주당 이해식 당대표 비서실장도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는 한 대표가 용산 대통령실과 상대적으로 독립된 수평적인 당정 관계를 끌고 가고 있느냐에 대해 상당한 의구심이 있으나, 민생의 어려움과 교착된 정국을 타개하기 위해 용단을 내렸다”고 했다. 다만 양당은 회담 세부 의제와 관련해서는 입장 차가 있다며 실무진 간에 협의하기로 했다. 금융투자소득세 완화나 유예 같은 민생 현안뿐 아니라 해병대원 특검, 25만원법 등을 의제로 올릴 것이냐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의 양자 회담 합의는 이 대표가 당대표에 선출된 지 하루 만에 이뤄졌다. 이 대표는 지난 18일 당대표직 수락 연설에서 한 대표를 향해 “시급한 현안들을 격의 없이 의논하자”고 한 데 이어 19일에도 거듭 회담을 제안했다. 한 대표도 전날 밤 소셜미디어를 통해 “민생을 위한 대승적 협력의 정치를 함께하자”며 이 대표 제안에 화답했고, 이날 오전 당 지도부 회의에서도 이 대표를 향해 “조속한 시일 내에 시간과 장소를 잡자”고 했다. 이후 양측은 실무 협의에 들어가 7시간 만에 회담 개최를 발표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첫 회담 개최에 합의하면서 여야 대표 간에 민생 법안 처리를 위해 머리를 맞댈 계기가 마련됐다. 정치권에선 양당의 새 지도부를 꾸린 두 사람이 첫 회담에서 민생 법안 처리, 여·야·정 민생 협의체와 국회 연금특위 구성에 합의할지 주목한다.

다만 양측은 구체적인 회담 의제를 두고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를 요구해 결국 폐기된 해병대원 특검법안의 처리를 회담에서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대표는 지난 18일 전당대회 연설에서 “한 대표도 제삼자 특검 추천안을 제안한 바 있으니, 특검 도입을 전제로 실체 규명을 위한 더 좋은 안이 있는지 열린 논의를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민주당은 이 대표가 지난 총선 때 공약한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도 의제로 삼자는 입장이다. 25만원법은 민주당이 국회에서 강행 처리했으나 윤 대통령이 지난 16일 재의를 요구해 국회로 돌아와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금융투자소득세·상속세·종합부동산세 완화 등 세제 개편, 국회 연금개혁특위 구성, 반도체특별법 개정 등을 집중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22대 국회 개원 두 달이 넘도록 민주당의 특검법 밀어붙이기와 탄핵소추로 민생 법안 처리가 뒷전으로 밀렸다”며 “양자 회담은 민생 법안 처리를 논의하는 자리가 돼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이런 차원에서 해병대원 특검법이나 25만원법 처리를 우선 논의하자는 민주당 요구에 부정적이다. 한 대표는 이날 “제가 대법원장이 특검을 선정하는, 공정하고 독소 조항을 뺀 특검법을 대안으로 제시했는데, (민주당이) 갈팡질팡한다는 지적이 있다”고 했다.

정치권에선 양당이 세부 의제를 둘러싼 일부 이견에도 회담을 통해 민생 분야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이끌어내려 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이 대표 모두 차기 대선을 내다보는 입장에서 민생 성과를 만들어내야 하는 처지라는 것이다. 해병대원 특검법 논의에 대한 여권의 부정적 기류에도 한 대표는 “다양한 의제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논의하게 되기를 기대한다”며 의제에 제한을 두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민주당도 국민의힘이 “일률적인 현금 살포”라며 반대하는 25만원법과 관련해 선별 지원하거나 지원액에 차등을 두는 방안을 열어두고 있다.

한편, 대통령실은 이날 이재명 대표에게 윤 대통령 축하난을 홍철호 정무수석이 전달하려 했으나 이 대표 측에서 답을 주지 않아 전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민주당은 “정무수석 예방 일자와 관련해 조율 중이었으며 축하난 전달과 관련한 어떤 대화도 나눈 바 없다”며 이 대표 측이 난 전달과 관련해 답을 주지 않았다는 보도가 나온 데 대해 강한 유감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