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국회의장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우원식 국회의장은 정부 주최 광복절 행사에 참석하지 않은 것에 대해 “헌법을 수호해야 한다는 책임과 국회의 중재자로서의 역할이 충돌해 굉장히 고민했다”며 “헌법을 수호하고 우리 역사에서 한 발 내딛는 것이 맞는 것 같다고 생각해 (불참하는 것으로) 결론을 냈다”고 했다.

우 의장은 21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이종찬 광복회장이 ‘가는 게 좋겠다’고 해서 가려고 했는데, 광복회장을 모욕하고 폄훼하는 걸 보고 ‘있어선 안 되는 일이 벌어지는 것 아닌가’ 생각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대한민국 의전서열 2위이자 입법부 수장인 국회의장이 정부 주최 광복절 행사에 참석하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우 의장은 김형석 신임 독립기념관장에 대해 “내가 어려서부터 배운 역사관과 상당히 다른 (역사관을 가진) 분이 독립기념관장이 됐다”며 “여러 말씀에 이견이 있지만, 그중 가장 동의하지 못하는 게 ‘일제시대 때 우리 국민이 일본의 신민이었다’는 것”이라고 했다.

우 의장은 “1910년 한일합병이 불법적이고 강압에 의한 조약이기 때문에, 우리는 국가를 뺏긴 것이 아니고 국권을 뺏긴 것”이라며 “우리 국민이 일본 신민이었다는 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반헌법적 이야기”라고 했다.

우 의장은 그러면서도 “국회의장의 역할이자 의무가 대립하고 있는 여야를 중재해 합의를 이끌어내고 국민을 안심시키는 것”이라며 “국가 행사에 의전서열 2위인 국가기관 수장이 안 간다는 것도 매우 부적절해 보였다”고도 했다.

우 의장은 개원식에 대해선 “1987년 개헌 이후 시간이 이렇게 지나도록 개원식을 못한 건 처음”이라며 “국회에서 개원식을 정하면 윤석열 대통령께서 꼭 참여해주시면 정말 감사하겠다”고 했다.

국회 개원식에서 의원들은 “헌법을 준수하고 국회의원의 직무를 양심에 따라 성실히 수행하겠다”고 선서한다. 그러나 지난 5월 30일 임기를 시작한 22대 국회는 여야 극한 대치와 윤 대통령 불참 문제 등으로 개원식을 아직 열지 못했다.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윤 대통령 탄핵을 추진하고 ‘살인자’로 불렀는데 대통령을 국회에 와달라고 할 수 있겠느냐는 입장이다.

우 의장은 “국회에 생각이 다른 사람이 모여 치열하게 논의하고, 때로 언쟁도 있을 수 있지만 대통령은 국민 전체의 대통령이고 통합적 메시지를 내야 한다”며 “불편한 말이 있었더라도 대통령이 개원식에 참여해 22대 국회 출발을 함께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