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 전 국무총리./장련성 기자

문재인 정부 출신 김부겸(66) 전 국무총리가 26일 “여야에 할 말은 하겠다”며 정치 활동 재개에 나섰다. 지난 4·10 총선 때 더불어민주당 상임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은 이후 잠행을 이어온 지 약 5개월 만이다. 김 전 총리는 이날 이재명 대표를 향해 “유연한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 “언제까지 강성 지지층만 바라볼 거냐”고 했다. 김 전 총리가 이 대표 연임에 맞춰 침묵을 깨고 나오면서 정치권에선 그가 비명계의 구심점 역할을 할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김 전 총리는 본지 통화에서 “여야 모두 전당대회가 끝났으니 앞으로 여러 이야기를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조금씩 여야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역할을 해보려 한다”고 했다. 김 전 총리는 특히 이 대표와 친명 강성 지지층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그는 “상식적으로 소수파의 의견을 억압하는 문화가 용납되면 안 되지 않느냐”며 “그건 우리가 그동안 신봉해 온 민주주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했다. 김 전 총리는 CBS라디오 인터뷰에서도 이 대표를 향해 “대통령이 되겠다고 한다면 정부·여당에 도와줄 건 도와주겠다고 하는 유연한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고 했다. 그는 또 민주당이 각종 탄핵소추안을 반복 추진하는 것과 관련해서도 “탄핵은 국민의 강한 매인데 일상적으로 치면 (국정을) 어떻게 운영하느냐”며 “언제까지 강성 지지층만 바라보고 대한민국 공동체를 책임지겠다고 할 거냐. 그건 아니다”라고 했다.

김 전 총리가 정치 현안에 대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자 정치권에선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해 2기 지도부가 출범한 만큼 비주류 생각을 반영한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겠다는 뜻”이란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지난 총선 이후 민주당 출신 전직 국회의장, 낙선한 비명계 의원 등은 김 전 총리를 만나 정치 재개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비주류 인사들의 이런 움직임을 두고 이 대표 사법 리스크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오는 10월 중 이 대표의 위증 교사 사건 1심 재판 선고가 나올 가능성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비주류도 세력화 준비에 나선 것 아니냐는 얘기다. 조국 대표가 이끄는 조국혁신당도 오는 10월 있을 전남 곡성군수·영광군수 보궐선거 등에 내보낼 영입 인재를 곧 발표하고, 조만간 1박 2일 워크숍과 당원 간담회를 곡성·영광에서 열기로 하는 등 호남 공략에 나섰다. 비명계의 한 인사는 “오는 11월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귀국하면 비명계의 움직임에 탄력이 붙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민주당 친명계 인사는 “이 대표를 중심으로 한 친명계가 민주당을 완전히 장악한 상황에서 비명계가 유의미한 견제 세력이 될지는 미지수”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