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 지원(PA) 간호사’ 합법화 근거를 담은 간호법 제정안이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로써 합법과 불법 경계에서 일하고 있던 PA 간호사 1만6000여명의 업무 범위가 규정돼 이들의 법적 지위가 보장된다.
간호법 제정안은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재석 290명 가운데 찬성 283명, 반대 2명, 기권 5명으로 통과됐다. 간호법 제정안은 의사의 수술 집도 등을 보조하면서 의사 업무 일부를 담당하는 PA 간호사들의 역할을 명문화하는 게 핵심이다. 미국·영국 등에선 PA 간호사가 법에 규정돼 있지만, 한국 의료법엔 근거 규정이 없다. 전공의 공백이 장기화하면서, 이들의 업무를 대신하는 PA간호사의 법적 근거 마련이 시급하다는 데 여야가 뜻을 모은 것이다.
간호법의 주요 쟁점이었던 간호사의 PA 업무범위는 전문간호사 자격을 보유하거나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임상경력이나 교육과정 이수에 따른 자격을 보유하도록 했다. 진료보조 및 진료보조 업무에선 의료기사 등의 업무는 제외하되 구체적 범위와 한계를 대통령령으로 정하게 했다. 간호조무사 학력 제한 폐지 문제는 여야 간 의견 차이가 커 이번 간호법에선 제외됐다.
간호법은 지난해 4월 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했으나,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폐기됐다. 무산된 민주당 간호법은 간호사가 병원 등 의료 기관 외에 ‘지역사회’에서도 일할 수 있도록 했는데, 당시 의사단체는 “간호가들의 개업 가능성을 열어준 것 아니냐”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에 이번에 통과된 간호법에선 논란이 됐던 ‘지역사회’ 문구는 빠졌다.
여야가 이날 간호법 제정안 처리에 합의한 것은 의료 대란으로 진료 공백이 장기화하는 사태를 정치권이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는 비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간호사·의료기사가 중심이 된 보건의료노조는 29일부터 전국 병원 61곳에서 동시 파업을 예고했고, 이들 가운데 국립중앙의료원을 비롯한 7개 병원 11개 사업장은 현재 교섭이 타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