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각종 제보를 받았다”면서 2주째 ‘윤석열 정권의 계엄령 준비설’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이재명 대표가 지난 1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의 회담 모두 발언에서 “계엄 해제를 국회가 요구하는 것을 막기 위해 국회의원들을 계엄 선포와 동시에 체포·구금하겠다는 계획을 꾸몄다는 얘기도 있다”고 하면서 수위가 더 높아지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정혜전 대변인은 2일 오후 “민주당은 괴담 유포당, 가짜 뉴스 보도당이라고 불러도 마땅하다”며 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나치, 스탈린 전체주의 선동 정치를 닮아간다”며 “무책임한 선동이 아니라면 이재명 대표는 당대표직을 걸고 말하라”고 했다. 이날 오전에는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근거를 제시하라. 사실이 아니라면 국기 문란”이라고 했다.
이날 민주당에서 나온 주장은 “여러 의심과 정황이 있다는 것에 대해 일종의 경고 차원에서 드리는 말씀”(조승래 수석대변인), “박근혜 정부 시절에도 계엄 검토가 있었고, 지금 이 정권에서도 어딘가에서 그런 (계엄) 계획과 기획을 할 가능성은 매우 높을 것”(천준호 전략기획위원장)이란 것이다.
앞서 민주당의 ‘계엄 음모론’은 지난달 19일 김병주 최고위원이 “이러다 (윤 정부가) 탄핵 정국에 접어들면 계엄령을 선포하는 것 아닌가”라고, 지난달 21일 김민석 최고위원이 “(김용현 국방부 장관 지명은) 국지전과 북풍 조성을 염두에 둔 계엄령 준비 작전”이라고 하면서 본격화됐다.
민주당은 “집권 경험이 있는 민주당의 정보력을 무시하지 마라”고만 할 뿐 지금까지 ‘계엄 음모론’의 근거는 제시하지 않고 있다. 여권은 현재의 국회 의석 구조상 ‘계엄령 음모론’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고 반박하고 있다.
대통령은 헌법 77조 1·3항에 따라 전시나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때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 하지만 헌법 77조 5항에 따라, 국회 재적 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계엄 해제를 요구하면 대통령은 즉시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 현재 민주당을 포함한 범야권은 국회 300석 가운데 192석을 갖고 있다.
이 대표의 주장은 윤 대통령이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를 막기 위해 42명 이상의 국회의원을 체포·구금할 가능성이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국회의원은 헌법 44조에 따라 불체포 특권이 있어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통과돼야 체포·구금할 수 있다. 체포동의안 통과 역시 의석 과반을 차지한 민주당이 결정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모순된 주장이란 지적이다.
그러자 민주당 김민석 의원은 2일 김용현 국방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국회의원을 각종 현행범으로 몰아 국회의 체포 동의 없이 체포할 수 있다는 주장을 추가로 제기했다. 김 의원은 “가령 누가 ‘김건희 여사가 감옥에 안 가려고 계엄을 하자고 그랬다더라’ 하면 유언비어를 유포한 현행범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과 법조계 인사들은 “현역 의원 40명 이상을 이러한 현행범으로 모두 체포한다는 가정 자체가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인사들은 “2017년 탄핵 위기에 처한 박근혜 정부가 정권 차원의 내란 음모를 위해 계엄을 검토하지 않았느냐”고도 한다. 2018년 7월 인도 국빈 방문 중이던 문재인 당시 대통령은 박근혜 정부 기무사가 계엄 검토 문건을 작성한 사실이 밝혀졌다면서 인도 현지에서 직접 수사 지시를 내렸다. 문 대통령은 “구시대적이고 불법적인 일탈 행위”라고 했고 민주당은 “군이 촛불 시위를 무력 진압하려 했다”고 공세를 펼쳤다.
당시 37명 규모의 문재인 정부 군·검 합동수사단은 105일간 박근혜 전 대통령,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 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 등 204명을 조사했지만 한 명도 내란 음모 혐의로 기소하지 못했다. 기무사 장교 3명만 허위 공문서 작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는데 이들은 벌금형과 선고유예를 받았다. 올 2월 윤석열 정부 검찰은 미국에서 귀국한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을 ‘계엄령 관련 문건 작성 지시’에 대한 직권남용 혐의로만 기소했다. 민주당이 박근혜 정권 차원의 ‘친위 쿠데타’라는 식으로 주장했던 부분은 실체가 없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