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의 전 사위 서모씨의 ‘타이이스타젯 특혜 채용’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달 30일 문 전 대통령의 딸 문다혜씨의 집과 사무실, 별장 등을 압수 수색해 확보한 자료를 분석 중이다. 검찰은 추석 연휴 이후 문다혜씨를 소환 조사할 계획이다. 법조계에선 검찰이 압수 수색 영장에 문 전 대통령을 뇌물 수수 혐의를 받는 피의자로 적시한 만큼 문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조사도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은 2일 “치졸한 정치 보복”이라며 대책 기구를 만들어 당 차원에서 논의하기로 했다. 이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와 민주당 인사들은 오는 8일엔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양산을 찾아 문 전 대통령을 만날 예정이다. 그러나 정치권 안팎에선 “문 전 대통령의 아픈 손가락인 다혜씨가 수면 위에 올라온 것”이라며 “수사가 깊이 진행되면 파장이 어디까지 번질지 알 수 없다”는 말이 나왔다.
다혜씨는 문 전 대통령 재임 기간 동안 공개 활동을 자제해왔다. 그가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낸 건 19대 대선 막바지에 자신의 아들과 함께 문 전 대통령 유세 현장에 나와 함께 사진을 찍은 것 정도다. 오빠 준용씨가 문 전 대통령 재임 기간 중에도 공개 활동을 한 것과 대조적이다. 하지만 물밑에서는 다혜씨의 가정사와 비공식 활동을 두고 여러 말이 나왔고, 이따금씩 언론에 ‘의혹’ 형식으로 노출되기도 했다.
다혜씨는 오빠와 달리 학력이 공개되지 않았다. 일본 산케이신문이 2019년 “문다혜씨가 일본의 고쿠시칸대학에서 유학을 했다”고 보도했고, 그가 부산외고 일본어과에 들어갔다가 중퇴했다는 소문도 돌았다. 이에 대해 당시 청와대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는데, 당시 문재인 정부의 ‘반일’ 기류와 관련이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다혜씨는 2000년대 중반 여행업체인 롯데JTB에 입사해 근무했고, 2010년 서씨와 만나 결혼했다고 한다. 서씨는 2016년 2월~2018년 3월까지 게임 회사 ‘토리게임즈’에 다니다, 2018년 7월~2020년 초 현재 문제가 된 ‘타이이스타젯’ 간부로 채용됐다.
다혜씨는 서씨가 타이이스타젯에 들어갈 무렵 함께 태국으로 이주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서씨의 타이이스타젯 채용 경위나 문씨가 태국으로 간 이유에 대해서 여러 뒷말도 나왔다. 한 정치권 인사는 “문 전 대통령 부부가 서씨에게 로스쿨 진학을 권유했으나 실패하면서 타이이스타젯에 입사했다는 말이 돌았다”며 “대통령의 딸이 임기 중 외국으로 넘어가 사는 것 자체가 이상하다는 내부 우려가 많았다”고 했다. 또 다른 야권 인사는 “서씨가 모 친문 핵심 인사와 친하게 지내면서 전북 지역에서 활동했고, 그러다 이상직 전 의원과 인연이 닿은 것으로 안다”고 했다.
다혜씨는 태국에서 돌아온 뒤 2020년 말부터 청와대 관저에서 자녀와 함께 거주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됐다. 독립 생계를 꾸린 대통령 자녀가 청와대 관저에서 지내는 것은 이례적이다. 야권 관계자는 “괜한 논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많았지만, 이혼 등 개인사가 있기 때문에 인간적으로 눈감아주자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다혜씨는 이즈음부터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거나, 요가 관련 일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문 전 대통령은 2018년 인도를 방문해 “제 딸도 (지금) 한국에서 요가 강사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문 전 대통령 퇴임에 즈음해 주변에서 벌어진 주요 사업은 대개 다혜씨가 기획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퇴임한 부친의 사진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종종 올리고, 지난 5월엔 문 전 대통령 퇴임 2주년 기념 전시도 기획했다. 평산마을 책방도 다혜씨가 주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야권 관계자는 “문 전 대통령의 참모들은 대부분 책방을 여는 것을 강하게 반대한 것으로 안다”며 “문 전 대통령의 ‘반려견 달력’ 등 일종의 ‘굿즈’ 사업들도 대부분 다혜씨 손을 거쳤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남부지법은 오는 9일 신모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행정관에 대한 ‘공판 전 증인 신문’ 절차를 진행한다. 검찰은 신씨가 문다혜씨 가족의 태국 이주를 도운 핵심 인물이라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