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현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2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입장하고 있다./연합뉴스

김용현 국방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레닌” “또라이” 등 여야 의원들의 막말 끝에 심야(深夜)에 파행됐다. 여야 국방위원들은 청문회 다음 날인 3일 나란히 기자회견을 열어 서로에게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정치권에서는 “품격 없는 언행으로 제22대 국회가 개원 첫날부터 난장판이 됐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2일 오후 9시 30분쯤 육군 소장 출신인 국민의힘 강선영 의원은 김용현 국방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평화혁명론, 이 책을 읽으면서 저는 1917년 레닌의 볼셰비키(혁명이) 연상된다”며 “레닌이 주장한 군주제혁명·토지혁명·빵혁명·평화혁명은 이 대표의 정치·경제·복지·평화 혁명과 유사한 궤를 한다”고 했다. 이 대표 사상이 구 소비에트 혁명을 이끌었던 레닌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에 이러한 사상을 가진 분들이 다수당 대표로 국회를 장악하고 있다”고도 했다.

그러자 민주당 의원석이 술렁이며 “또라이구먼, 저거”라는 소리가 나왔다. 박선원 의원은 “저게 항공작전사령관 하던 사람이냐”고 했고, 같은 당 김병주 의원은 “비교할 걸 비교해야지. 어떻게 레닌과 이재명을 비교하나”고 했다.

강 의원은 “동료 의원에게 또라이라고 말하는 상스러운 분들하고 이 자리에 있다는 것이 안타깝다”고 했다. 여야 간 고성이 오가자 청문회는 오후 9시 38분에 정회됐고, 자정을 지나면서 자동 산회(散會)했다. 제22대 국회 개원식 첫날부터 양당 의원들이 서로에게 폭언을 퍼부은 것이다.

여야는 이튿날에도 싸움을 이어갔다. 국민의힘 국방위원들은 3일 기자회견을 열어 “막말·욕설로 국회를 더럽힌 민주당 의원들은 지금이라도 사과하라”며 “국회의원으로서 최소한의 품격을 저버린 것으로, 국회법에 따라 징계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당 의원들과 함께 국방위를 이끌어 나가야 한다는 것에 절망한다”고 했다.

강선영 의원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 의원들이 저에게 유감 표명할 테니 국회 속기록에서 그 부분(레닌) 삭제하고, 본인들이 말한 또라이 부분을 같이 삭제하자더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 김민석·김병주·박범계·박선원 의원이 “또라이” 발언을 했다고 자체 파악하고 있다. 4성 장군 출신인 김병주 의원은 앞서 “정신 나간 국민의힘 의원들” 발언으로 논란이 된 바 있다. 국민의힘은 이들을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민주당 국방위원들도 같은 날 ‘맞불’ 기자회견에서 “모욕적 망발로 청문회 파행을 야기한 강선영 의원은 즉각 사과하라”고 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국민의 압도적 지지로 당선된 야당 대표에 대한 심각한 모독” “야당이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스탈린이나 히틀러의 이름을 들먹이면 참겠느냐” “야당 의원들을 사회주의자, 반국가 세력으로 싸잡아 비난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민주당 황정아 대변인은 “민주적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한 강 의원을 제명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했고, 부승찬 의원도 “국회와 국방위를 비정상으로 만든 장본인을 즉각 제명하라”고 했다.

국회는 여야 의원들의 저질 다툼으로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결산 심사에선 여야 의원이 서로 삿대질하고 책상을 내려치며 싸우다가 회의 시작 45분 만에 정회하는 일이 벌어졌다. “몰염치하다”는 발언을 두고 국민의힘 박정훈 의원과 민주당 김현 의원이 맞붙은 것이다.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에서 열린 검사 탄핵 조사 청문회는 민주당 전현희 의원의 “김건희 살인자” 발언으로 아수라장이 됐다. 민주당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한번 붙어보자” “뜨거운 맛을 보여주겠다” 등의 발언으로 국민의힘 의원들과 충돌한 바 있다. 국회 관계자는 “건전한 토론이 아니라 상대를 윽박지르고 거친 말을 해야 강성 지지자들이 환호한다”며 “법사위·과방위 학습 효과 때문에 국가 안보를 논해야 할 국방위에서도 진흙탕 싸움이 벌어진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