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8개월 전 흉기 피습으로 입원했다가 8일 만에 퇴원하면서 “국민 여러분이 살려주신 목숨이라 남은 인생도 국민을 위해서만 살겠다”고 했다. 정확히 말하면 이 대표 목숨을 살린 이는 한국 응급 의료계였다. 부산에서 피습을 당해 부산대병원에서 응급 처치를 받던 이 대표는 119 응급헬기를 타고 서울로 이송돼 서울대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최고 수준의 의료진과 응급 환자 이송 체계 덕에 새 삶을 얻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런 의료 체계를 갖춘 한국 응급실이 최근 ‘환자 뺑뺑이’ 논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일단 응급실에 들어가는 데 성공하기만 하면’ 위급하지 않은 질병·부상도 세계 최고 수준의 의사에게 치료를 받는다. 환자나 보호자들의 사회적 목소리가 크다면, 더 편하게 느끼는 ‘의료 쇼핑’까지 할 수 있다. 그러는 동안 진짜 응급 환자는 ‘응급실 뺑뺑이’를 하다 죽어가는 경우까지 생긴다.
이런 부조리를 바로잡겠다며 정부가 의료 개혁을 시작했고, 그 첫 단추가 의대 입학 정원 확대였다. 이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의료 현장을 이탈한 게 지난 2월이고, 이 대표는 4월 윤석열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의대 정원 확대 같은 의료 개혁은 반드시 해야 될 주요 과제이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고 했다. 그로부터 4개월이 지났다. 과연 이 대표나 민주당은 그동안 팔을 걷어붙이고 정부를 도왔나.
오히려 이 대표는 지난달 말부터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은 붕괴 위기”라며 정부를 비판하고 있다. 지난 4일엔 서울 한 대학병원을 찾아 “정부가 증원을 합리적 근거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해서 급하게 추진하는 바람에 문제가 생겼다”고 했다. 그러면서 의료 개혁을 “근본적으로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했는데, 어떻게 하자는 것인지는 말하지 않았다. 원내 제1당 대표로서, 또 응급 의료 최대 수혜자로서 이 대표가 지금 해야 할 일이 ‘의료 대란’ 정쟁화나 갈등 조장은 아닐 것이다. 어떻게 하면 더 많은 국민이 본인이 받은 것과 같은 혜택을 계속 누리게 할 수 있을지, 응급 의료 체계 개혁 대안을 제시해 주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