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현 국방부장관 후보자가 지난 2일 오전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이덕훈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연일 “윤석열 정부가 계엄령을 준비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자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근거 없는 황당한 괴담”이라고 했다. “제보·정황이 있다”고만 하는 민주당 주장은 밑도 끝도 없는 음모론이란 것이다. 그러자 민주당은 최근 들어 두 가지를 의혹의 근거로 들고 나왔다. 계엄 관련 정부·군 주요 직위에 윤석열 대통령이 졸업한 ‘충암고 라인’이 포진했다는 것과 ‘경호처장 공관 비밀모임’설이다. 과거 신군부 세력의 주축이 된 하나회처럼, 김용현 국방부 장관 후보자를 중심으로 한 충암고 출신 장성들이 계엄을 준비하는 것으로 의심할 만하다는 주장이다.

계엄령 준비설은 작년 말부터 친야 성향 유튜브와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퍼지다가 지난달 정치권 이슈로 번졌다. 민주당 김민석 최고위원이 지난달 21일 공식 석상에서 “근거 있는 확신”이라고 말하면서다. 이후 김 최고위원이 구체적 근거를 제시하지 않아 사그라지는 듯했다. 하지만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1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의 회담에서 “국회가 계엄 해제를 요구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의원들을 계엄 선포와 동시에 체포·구금하겠다는 계획을 꾸몄다는 얘기도 있다”고 한 뒤로 민주당 주요 인사들이 가세하고 나왔다.

민주당 인사들은 계엄 준비설의 근거를 물으면 “제보가 있다”는 식으로 대응해왔다. 그러다 최근 들어 “계엄과 관련된 주요 직위에 충암고 라인이 포진하고 있다”는 점을 집중 제기하고 있다. 계엄법상 국방부 장관과 행정안전부 장관이 대통령에게 계엄 선포를 건의할 수 있는데, 김용현 국방장관 후보자와 이상민 행안장관이 윤 대통령과 같은 충암고 출신이란 것이다. 민주당은 방첩사령관, 777 사령관 등 정보·방첩 관련 사령관이 충암고 출신이란 점도 계엄 준비 가능성을 뒷받침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김용현 후보자는 지난 2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400명 가까운 군 장성 중에서 4명을 갖고 ‘충암파’라고 하는 것은 군의 분열을 조장할 수 있다”고 했다. 김 후보자는 과거 정권에서도 국방장관과 방첩사령관이 같은 고교 출신인 적이 있었다고도 했다.

민주당은 김 후보자를 상대로 ‘경호처장 공관 비밀모임’ 의혹도 제기한다. 박선원 의원이 김 후보자가 대통령 경호처장일 때 서울 한남동 공관에서 방첩사령관, 수도방위사령관, 특전사령관을 불러 ‘비밀 모임’을 했다며 해명을 요구한 것이다. 민주당·조국혁신당 국방위원들은 5일 기자회견을 열고 “세 사령관의 공통점은 쿠데타에 꼭 필요한 부대라는 것”이라고도 했다. 이에 대해 신원식 안보실장은 이날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수방사·특전사·방첩사는 (대통령) 경호 작전에서 가장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어 경호처장이 과거부터 관례로 격려하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 때도 몇 번 한 걸로 안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김민석 최고위원은 전날 유튜브 ‘김어준의 뉴스공장’ 인터뷰에서 계엄령 준비설과 관련해 “생중계 토론을 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 이에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5일 당 회의에서 “가짜 뉴스를 퍼트려 온 김민석 최고위원의 토론 제안에 내가 나서겠다”고 했다. 한동훈 대표도 “민주당 주장을 들어보면 아무런 근거 없이 내뱉은 말이라는 걸 알 수 있다”며 “황당하기 그지없다. 국정이 장난인가”라고 했다. 인요한 최고위원은 “이탈리아 독재자 무솔리니가 ‘작은 거짓말을 하면 국민이 몇 명 믿지 않는데, 큰 거짓말을 하면 효과가 있다’는 말을 남겼다”며 “(민주당이) 있을 수도 없는 일을 가지고 이슈화하는 것은 무솔리니 같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 출신 김부겸 전 국무총리도 이날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계엄령 준비설에 대해 “뜬금없고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없다”며 “계엄령이라는 게 옛날처럼 무소불위의 권한이 행사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국회에서 해제를 요구하면 바로 해제해야 하므로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