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주 민주연구원장(왼쪽)과 김동연 경기도지사. /뉴시스·뉴스1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 이한주 원장이 10일 이재명 대표의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을 비판한 김동연 경기지사에 대해 “너무 작은 거를 보고 계신 건 아닌가”라며 “(25만원 지원금의) 효과는 더블”이라고 했다. 김 지사가 이재명 대표 공약이자 민주당 당론 법안인 25만원 지원법에 반대 입장을 밝히자 반박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 원장은 이날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 지사에 대해 “선별적 복지에 굉장히 깊숙하게 관심을 가진 분”이라며 “틀린 건 아니지만, 너무 작은 거를 보고 계신 건 아닌가 싶다”고 했다. 이 원장은 “25만원은 어려운 사람들에게 돈을 지급해 주자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총수요 관리 정책, 경기 대응 정책”이라며 “지역 화폐 정책을 설계했었고 효과를 측정했었던 사람으로서 이건 효과가 더블”이라고 했다. 이 원장은 가천대 경제학 교수로 부임한 1986년 당시 사법시험을 준비하던 이 대표를 만나 연을 맺었고 이 대표가 출마한 주요 선거마다 공약을 담당한 ‘정책 브레인 겸 멘토’로 불린다. 이 대표의 대표적 정책 노선인 ‘기본 시리즈’를 설계해 기본소득·지역 화폐 지급을 주장해왔다. 두 사람의 이런 관계로 볼 때 이 대표 측이 김 지사의 25만원 지원법 비판을 이 대표 정책 노선에 대한 본격적인 문제 제기로 보고, 기본 시리즈 설계자인 이 원장을 직접 내세운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실제로 김 지사는 ‘이재명표 정책’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점점 높이고 있다. 김 지사는 지난 7일 유튜브 채널 ‘삼프로TV’에 출연해 “지금 상황에서 모든 국민에게 나눠주는 것보다 어려운 사람에게 두텁고 촘촘하게 더 지원해 주는 게 맞다”며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문재인 정부에서 경제부총리를 지낸 김 지사는 그 근거로 “지난 2020년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줬을 때 소비와 연결되는 것이 높지 않았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 때 코로나 국면에서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지급했던 것이 소비 증대 효과를 그다지 내지 못했다는 취지다. 야권 관계자는 “경제에 전문성을 갖춘 김 지사가 이 대표 정책의 효과를 비판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 측도 그에 걸맞은 인사가 반박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 지사는 기획재정부 예산실장, 국무조정실장 등을 거쳐 문재인 정부에서 기재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를 지낸 정통 경제 관료 출신이다. 지난 대선에 독자 출마했다가 이재명 대표와 단일화하며 후보직을 사퇴한 뒤, 2022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로 경기지사에 당선됐다. 이 때문에 현 정권 출범 후 이 대표와 김 지사의 연대 가능성을 점치는 시각이 많았으나, 김 지사는 경제 정책과 인선 등에서 이 대표와 각을 세워왔다. 이런 상황에서 김 지사가 이 대표 공약인 25만원 지원법을 공개적으로 비판하자, 친명계에선 “두고 볼 상황을 넘고 있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한 친명 의원은 “경기도와 성남시는 이 대표에겐 기본소득·지역 화폐 정책 실험장 같은 곳”이라며 “이 대표 후임 지사가 이 대표 핵심 정책을 평가절하하는 건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이 대표 측에선 민주당의 정책 기능 강화 차원에서 부동산 정책 전문가 등 인재 영입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야권 관계자는 “정책위원회와 민주연구원이 중심이 된 민주당 정책 파트를 좀 더 확장하는 방안을 이 대표가 검토하는 것으로 안다”며 “이 대표가 보편 지원에 매몰된 정책을 고집하지 않고 부동산 등 중도·중산층 관심 영역의 정책 대응 역량을 강화하려는 차원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