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원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제기한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6월부터 임성근 전 해병대1사단장의 구명 로비설도 주장해왔다. 해병대원 소속 부대 지휘관인 임 전 사단장이 김건희 여사에게 구명 로비를 벌인 의혹이 있다는 주장이었다.
민주당이 제시한 의혹의 근거는 김규현 변호사 등 해병대 출신 5명이 참여한 단체 채팅방(일명 ‘멋쟁해병’) 대화 내용이었다. 김 변호사는 ‘대통령 격노설’ 등 수사 외압 의혹을 제기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의 변호인으로 활동했다. 그러면서 단톡방 멤버와의 대화 내용을 근거로 구명 로비설을 제기했으나 다른 단톡방 멤버들은 “조작”이라고 반박해왔다. 김 변호사는 민주당 의원 보좌관 출신으로 지난 4월 총선 때 민주당 공천을 신청했다.
이런 가운데 단톡방 멤버 5명 중 김 변호사를 제외한 3명(1명은 변호인이 대리 참석)이 1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단순 사적 모임의 단톡방 하나만으로 말도 안 되는 억측과 추측으로 피해를 봤다”며 “곧 진실이 드러날 것”이라고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단톡방 멤버 3명 외에 단톡방 대화 등 관련 내용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민주당 장경태 의원에 제보해 양쪽 사정을 다 잘 안다는 A씨도 참석했다.
이들은 회견에서 임 전 사단장 구명 로비설이 “민주당의 공작”이라고 주장했다. 그 근거로 A씨가 장 의원에게 제보한 사진 2장이 마치 임 전 사단장과 구명 로비 창구로 지목된 이종호씨의 친분을 뒷받침하는 사진으로 둔갑했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멋쟁해병 단톡방 멤버이다. 민주당은 이씨가 김건희 여사가 관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공범이란 점을 부각시키며 ‘임성근 구명 로비 의혹’을 주장해 왔다. 이날 회견에는 이씨의 변호인이 대신 참석했다.
A씨 등이 이날 밝힌 전말은 이렇다. A씨는 지난 7월 장경태 의원 측에 임 전 사단장과 단톡방 멤버 송호종씨가 찍은 사진 1장, 송씨와 이종호씨가 찍은 사진 1장을 제공했다고 한다. 그런데 A씨는 “임 전 사단장과 이종호가 찍은 사진이 있는 줄 알고 제보를 잘못했다”고 했다. A씨는 “장 의원 측에서 ‘임성근·이종호가 함께 찍은 사진 있느냐’ 그래서 없다고 했고 ‘그렇다면 임성근과 송씨, 송씨와 이종호가 (각각) 찍은 사진을 주면 딱 그림 나오겠는데’라고 말해서 그 사진을 제공했다”며 “다른 날짜에 다른 장소에서 (각각) 찍힌 사진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했는데 (장 의원이) 7월 19일 국회 청문회에서 두 사진을 제시하며 (임성근과 이종호가) 같이 회식을 한 것처럼 왜곡했다. 그건 공작”이라고 했다. A씨는 “장 의원 측에 우리가 제공한 정보가 조금 잘못됐을 수 있으니 (구명 로비 의혹이 아닌) 다른 가능성까지도 살펴보라고 했다”면서 “7월 17일 장 의원실을 찾아가 실체적 진실을 알 수 있는 녹취 파일을 들려줬는데 (장 의원 보좌관이) ‘이거 들을 필요 있나요? 저희는 답은 정해져 있는데’라고 하더라”고 했다.
A씨는 멋쟁해병 단톡방 멤버들에 대해 “작년 3월 29일 처음 봤고 단톡방 개설은 5월 3일, 첫 대화 시작은 5월 14일”이라며 “만난 지 한 달 보름 만에 이종호씨가 대통령이 개입된 것을 이 사람들(단톡방 멤버)과 공유하며 논의하겠느냐”고 했다. 이종호씨는 김규현 변호사와 통화하면서 김 여사와의 친분 등을 언급한 것과 관련해 “허세를 떤 것”이라고 해왔다. 이날 이씨 변호인은 “이씨의 허세가 지속되다 보니 빠져나오지 못한 것 같다”고 했다. 이씨 등은 해병대원 순직 사건 발생 일주일 전인 작년 7 월 12일부터 최근까지 1년 치 통신 기록을 모두 뽑아 공수처에 제출했다고 한다. 이씨 변호인은 “의심을 사는 통화 내역이라든지 (로비 관련) 공수처 수사 진척이 전혀 없다”고 했다.
민주당은 작년 5월 단톡방 멤버들이 골프 모임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이씨가 “삼부 내일 체크하고”라고 말한 부분을 들어 “김 여사와 친분 의혹이 있는 삼부토건의 주가조작 관련 내용”이라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송씨는 “일반 골프장에서 삼부(3부) 하면 오후 5~6시 시작하는 게 있기 때문에 그 정도로 이해했다”며 “나중에 그 낱말이 아주 큰 무기가 돼 있었다”고 했다. A씨는 “장경태 의원 보좌관이 ‘이 삼부는 뭐지’라고 혼잣말을 했고 장 의원이 우스갯소리로 ‘삼부토건 아냐?’라고 했었다”고 했다. 이씨가 말한 ‘삼부’는 삼부토건이 아니라 ‘3부’란 뜻인데 민주당 측에서 이를 왜곡했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 본지는 이날 장 의원의 반론을 듣기 위해 연락을 취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