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10일 국회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조태열 외교부 장관, 김용현 국방부 장관의 출석 여부를 두고 충돌했다. 두 장관은 이날 서울에서 개막한 인공지능(AI)의 군사적 이용과 관련한 국제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국회에 ‘대정부 질문 불출석’을 사전 통보했다. 그러나 야당은 “두 장관이 국회를 능멸하고 있다”고 반발했고, 국민의힘은 “사전에 두 장관의 불참을 양해해 놓고 이제 와서 딴소리한다”고 반박했다. 이 바람에 대정부 질문은 오후 7시부터 시작됐고 정부와 야당은 ‘정부 계엄 준비설’ ‘대일 외교’ 등을 두고 공방을 벌였다.
민주당·조국혁신당 의원들은 오전부터 조태열·김용현 장관 불출석과 관련해 성명을 내고 강력 반발했다. 이들은 조·김 장관 측이 전날 불출석을 국회에 통보했다고 주장하며 “국회를 능멸하는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도 “유신 독재, 전두환 독재 때도 이러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사전에 민주당이 외교·국방 장관의 불참에 대해 설명을 듣고 양해한 사안”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외교부는 8월 30일, 국방부는 9월 5일 장관 대신 차관이 대리 출석하는 걸 양해해달라고 여야에 요청했고, 민주당은 각각 9월 3일과 9월 9일 외교부와 국방부에 박찬대 원내대표 직인이 찍힌 양해 확인서를 각각 전달했다고 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당 실무자가 실수로 직인을 찍은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오후 7시에 시작된 대정부 질문에서 야당 의원과 김선호 국방 차관은 ‘정부의 계엄 준비설’을 두고 설전을 벌였다. ‘계엄 가능성을 제기하는 야당 주장은 정치 선동이자 극단적 망상’이라는 국민의힘 임종득 의원의 발언에 김 차관이 “동의한다”고 하자 민주당 의원들은 강하게 항의했다. 김 차관은 “그건 고도의 정치적 선동”이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윤석열 대통령의 결단으로 한일 관계가 복원됐다. (이는) ‘김대중-오부치’ 정신을 복원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는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 발언에 “김대중-오부치 선언에서 (일본은) 가장 확실하게 명시적으로 사과했다”고 하자 야당 의원들은 “어느 나라 총리인가”라고 항의하기도 했다.
민주당 장경태 의원은 행사를 마치고 밤에 출석한 김용현 국방 장관에게 모양이 유사한 일본 자위함대기·욱일기 사진을 위아래로 붙인 패널을 들어 보이면서 “어느 것이 욱일기냐”고 질의했다. 이에 김 장관은 “밑의 것이 욱일기, 위의 것이 자위함대기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김 장관이 제대로 답변했지만 장 의원은 “전범기하고 해상자위대기도 구분 못 하는 장관이 어디 있나. 대한민국 국방 장관 맞느냐”라고 질타했고, 김 장관은 “제가 맞혔지 않느냐”라고 반박했다.
조태열 외교 장관은 11월 미국 대선 전에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할 가능성과 관련해 “많은 전문가가 그런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고 했다. 조 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당선된다면 북한과 대화를 하겠다며 어떤 형태로든 시도하지 않을까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