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추석 연휴에도 의료계 인사들을 접촉하며 여·야·의·정(與野醫政) 협의체 구성을 모색했다. 애초 목표로 한 추석 전 여·야·의·정 4자 협의체 출범이 무산되자 추석에도 이 문제에 매달린 것이다. 최근 대통령 지지율은 물론 한 대표 지지율도 동반 하락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 대표는 나라와 국민이 잘되기 위해서라면 “절벽에서 주저하지 않고 뛰어내리겠다”고 했다.
한 대표는 18일 페이스북에 “연휴 기간 여러 의료계 인사들을 개별적으로 만나 의료계 입장을 듣고 여·야·의·정 협의체에 참여해 달라는 말씀을 드리고 있다”며 “오늘도 대화하기로 했다. 대화 말고 다른 해결책은 없다”고 했다. 자신이 내민 손을 잡지 않은 의료계를 향해 또 한번 4자 협의체 참여를 요청하며 동력을 살려가려 한 것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한 대표가 지난 6일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을 공식 제안하면서 추석 전 출범을 목표로 삼았지만 불발되면서 한 대표로선 더 절박해진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4자 협의체 출범 여건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의료계는 여전히 대통령실 사회수석과 보건복지부 장차관 경질, 2025학년도 의대 증원 백지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은 아직 이를 받아들일 생각이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 대표는 양측의 중재자 역할을 자임하며 4자 협의체를 제안했지만 열흘이 지나도록 어느 쪽의 입장 변화도 이끌어 내지 못하면서 여권에선 그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섰다는 말도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한 대표가 민심에 민감하게 대응하려 노력하고 있지만 현상을 타파할 정도의 여건이 성숙하려면 시간이 좀 더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한 대표의 리더십 위기는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총선 직전인 지난 3월 한국갤럽의 ‘장래 정치 지도자’ 조사에서 한 대표 지지율은 24%였지만 9월 같은 회사 조사에선 14%였다. 6개월 만에 10%포인트 하락한 것이다. 한 대표 측 신지호 국민의힘 전략기획부총장은 이날 유튜브 방송에서 “대표 취임하고 두 달 가까이 됐는데 뚜렷한 실적을 낸 게 없다고 하는 게 제일 아픈 대목”이라고 했다. 친윤 주류 의원들이 여전히 방관하면서 한 대표의 원내(院內) 장악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한 대표로선 윤 대통령과의 관계 재설정을 통해 활로를 찾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현재 윤 대통령의 핵심 국정 과제인 의료 개혁 문제를 한 대표가 조정하려면 윤 대통령을 직접 만나 조율하는 게 급선무란 것이다. 이런 가운데 한 대표는 17일 CBS라디오에 나와 의정 갈등과 관련, “나라가 잘됐으면 좋겠고 국민들이 잘됐으면 좋겠다”며 “그걸 위해서 절벽에서 뛰어내려야 될 상황이 되면 주저하지 않고 뛰어내려 보려고 한다”고 했다. 방송에서 자기가 좋아하는 팝송 7곡을 소개한 한 대표는 영국 밴드 비틀스의 ‘컴 투게더(Come Together)’를 언급하며 “이 곡처럼 함께 좋은 길로 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