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은 20일 북한 김정은이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한 데 대해 “평화와 통일이라는 겨레의 염원에 역행하는 반민족적 처사”라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은 이날 전남 목포에서 열린 9·19 평양 공동선언 6주년 기념행사 기조연설에서 북한에 대해 “매우 우려스럽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는 문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으로 2018년 남북 정상회담 준비에 깊게 관여했던 임종석 전 비서실장의 “통일하지 말자”는 주장이 본인의 뜻과 다르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으로 보인다. 문 전 대통령은 전날 기념사에서 “기존의 통일·평화 담론도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게 됐다”고 해 사실상 임 전 실장과 비슷한 주장을 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그러나 친문 핵심인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통화에서 “(문 전 대통령의 전날 연설은) 정부를 향해 남북 관계를 긴장과 대결로 끌고 가면 안 된다는 원론적인 이야기를 한 것”이라며 “임 전 비서실장 주장을 문 전 대통령과 연결시키는 건 잘못됐다”고 말했다.
다만 문 전 대통령은 이날 기념사에서 북한보다 현 정부 비판에 더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 그는 “정부의 대응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며 “‘힘에 의한 평화’만을 외치며 대화를 포기하고, ‘자유의 북진’을 주장하며 사실상 흡수통일 의지를 피력함으로써, 북한과의 신뢰 구축과 대화를 위해 흡수통일 의지가 없음을 거듭 표명해왔던 역대 정부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었다”고 했다.
이어 “더욱 우려되는 것은 한반도를 둘러싼 냉전 구도가 새롭게 강화되고 있다는 점”이라며 “대한민국이 신냉전 구도 강화에 앞장서거나 편승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우리 정부가 한·미·일에 치우치지 않고 북·중·러와도 가까운 외교 정책을 펴야 한다는 것이다. 문 전 대통령은 현 정부를 향해 “지금 한반도 상황은 한국전쟁 이후 가장 위험한 상황”이라며 “상황이 더 나빠지기 전에 진정성을 가지고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