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숙 여성가족부 차관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성폭력방지법 및 청소년성보호법(딥페이크 성범죄 방지법) 등을 안건으로 열린 제3차 여성가족위원회에 참석해 관계자와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딥페이크(AI로 만든 진짜 같은 가짜 콘텐츠) 성범죄 영상으로 아동·청소년을 협박할 경우 징역 3년 이상에 처하는 내용의 ‘딥페이크 성범죄 방지법’이 23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를 ‘뒷북’ 통과했다. 딥페이크 성범죄 영상이 텔레그램 대화방을 통해 확산한다는 지적은 이전부터 제기됐다. 그러나 지난달 대학가뿐 아니라 중·고교 청소년층까지 피해가 번지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쏟아져 큰 사회적 파장이 일었다. 국회의원들이 뒤늦게 처벌 강화 법안을 냈지만 소관 상임위원회인 여가위를 통과하는 데 다시 한 달이 걸렸다. 법안은 여야가 극단 대치 중인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도 통과해야 하는 상황이다.

여야는 이날 여가위 전체회의에서 딥페이크 성범죄 영상 관련 범죄 처벌을 신설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청소년성보호법)과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성폭력방지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청소년성보호법 개정안은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의 범위에 딥페이크 성범죄 영상을 포함하고, 이 같은 성착취물을 이용해 아동·청소년을 협박, 강요할 경우 각각 징역 3년 이상, 5년 이상으로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현행 성폭력처벌법은 성착취물을 이용해 협박하면 징역 1년 이상, 강요 때는 3년 이상으로 처벌하는데 이번 개정안은 아동·청소년 대상 범죄의 경우 처벌 수위를 강화한 것이다.

또 개정안에는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긴급한 수사가 필요할 경우, 경찰관이 상급 부서의 사전 승인 없이 ‘긴급 신분 비공개 수사’를 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현행법에 따르면 경찰이 신분을 공개하지 않은 채 범인으로 추정되는 인물에게 접근해 증거 및 자료 등을 수집하려면 상급 부서의 사전 허가가 필요하다. 성폭력방지법 개정안은 불법 촬영물 삭제와 피해자 지원을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로 명시했다.

이날 여가위를 통과한 법안들은 이르면 26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뒷북 입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달 소셜미디어 등에서는 ‘텔레그램 딥페이크 성범죄 피해 학교 목록’이라는 제목과 함께 전국 초·중·고교 477곳 명단이 알려졌다. 청소년 사이에선 ‘나도 피해자 아닌가’라는 불안감과 공포심이 퍼지기 시작했다. 이에 교육청이 학생들로부터 피해 신고를 받고 경찰이 본격 수사에 나서면서 지난달 26일부터 관련 내용이 언론에 보도됐다.

국회는 지난달 27일 이후 일주일 만에 딥페이크 성범죄 대책 관련 법안을 30여 건 넘게 발의했다. 법안 대부분이 21대 국회 때도 발의됐다가 임기 종료로 자동 폐기됐었던 것이다. 국회 여가위는 지난 4일 긴급 현안 질의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5일 긴급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딥페이크 성범죄 피해가 물 위로 떠오르자 부랴부랴 대책 논의에 나선 것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2021년 이후 지난 7월까지 적발된 딥페이크 성범죄 피의자는 461명이고 그중 10대 피의자는 325명(70.5%)일 정도로 10대 사이에선 만연한 범죄였다. 국회 관계자는 “진작에 관련 법안들이 국회를 통과했었다면 다수의 범죄 피해를 예방할 수 있었을 텐데 사실상 정치권이 이를 방조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여가위는 ‘양육비 이행 확보 및 지원법’ 개정안도 의결했다. 홀로 아이를 양육하며 비양육자로부터 양육비를 받지 못하는 한 부모 가족(중위소득 150% 이하)에 대해 국가가 양육비를 선지급하고 추후 비양육자로부터 회수하는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