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국회 입법조사처에서 '외국인아동의 출생등록 등에 관한 법률(안) 심포지엄'이 진행되고 있다./더불어민주당 이강일 의원실 제공

서류상 존재하지 않는 외국인 아동의 출생등록을 위한 입법 논의가 27일 국회에서 진행됐다. 국내에서 출생한 모든 외국인 아동이 출생 등록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자는 취지다. 유엔(UN) 아동권리위원회는 가입국에 ‘보편적 출생등록제’ 도입을 권고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출생등록제 미비로 외국인 아동의 권리가 제대로 보장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어 왔다.

이날 오후 2시 국회 입법조사처 대회의실에서 열린 ‘외국인 아동의 출생등록 등에 관한 법률 심포지엄’에서 김지혜 강릉원주대 다문화학과 교수는 “출생등록은 영토 내에서 태어난 모든 아동의 권리”라며 “출생등록은 국적이라는 법적 지위에 우선 되어야 한다”고 했다. 일단 법 앞에 ‘사람’으로 인정 받는 보편적 출생등록제가 도입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선후관계를 바꾸어 국적판단 이후 출생등록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면서 “영토 내 모든 사람을 포괄하는 보편적 시민등록체계가 사회적으로 이주민을 동등한 시민으로 인식하고 대우하게 만들 것”이라고 했다.

최윤철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유엔(UN) 아동권리협약은 ‘아동은 출생 후 즉시 등록돼야 하며 이름과 국적을 가져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며 “그러나 제도적 공백으로 인해 대한민국 출생 외국인 아동 중 영아 매매나 불법 입양에 노출되거나 보육·건강·교육권 보장 등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외국인아동 출생등록이 신속하고 정확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의료기관과 연계된 외국인아동 출생등록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며 “대한민국 내에서는 더 이상 출생신고의 누락이나 지연, 허위신고 등으로 인해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아동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27일 국회 입법조사처 대회의실에서 열린 '외국인아동의 출생등록 등에 관한 법률(안) 심포지엄' 참석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더불어민주당 이강일 의원실 제공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국민이 아닌 아동의 출생등록에 관하여 법으로 별다르게 정하고 있지 않다. 현행 출생신고의 근거법률인 ‘가족관계등록 등에 관한 법률’의 적용대상은 국민으로 한정되어 있는 까닭이다. 보편적 출생등록제 논의는 부모의 국적, 체류자격, 신분증명 여부와 무관하게 외국인 아동의 출생등록을 의무화하자는 것이 골자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부모가 불법체류자일지라도 국내에서 태어난 외국인 아동은 출생등록이 가능해진다. ‘외국인아동 출생등록 등에 관한 법률’ 법 적용 대상은 국내에서 출생한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 아동, 법 시행 전에 이미 출생한 외국인 아동 등이 거론됐다.

외국인 아동의 출생등록이 이뤄지면 불법체류자가 늘어날 것이라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최 교수는 “출생 등록은 전적으로 아동 자신을 위한 권리”라며 “출생등록은 부모의 체류 자격이나 체류 자격 변경 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사안”이라고 반박했다.

이날 회의는 국민의힘 주호영 국회부의장,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이강일 의원과 사단법인 미등록아동지원센터, 건국대학교 이주·사회통합연구소 등이 공동 주최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은 축사에서 “오늘 이 자리는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모든 아동이 기본적 권리를 온전히 누릴 수 있도록 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박홍근 의원은 “외국인아동 출생등록 법안 제정을 위한 노력은 보호 사각지대에 놓인 모든 아이가 출신과 관계없이 존엄하게 자랄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데 중요하다”고 했다. 민주당 이강일 의원도 “인간의 권리는 아동의 권리를 보장하는 것에서 출발한다”며 “외국인 아동이라는 이유로 보편적 출생등록의 권리는 침해 당해선 안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