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왼쪽) 대표가 2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비판하고 있는 전현희(오른쪽) 최고위원의 발언을 들으며 웃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27일 ‘김건희 국정농단’ 태스크포스(TF)를 꾸려 김 여사 관련 의혹을 본격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또 “김건희 특검이 즉각 시작돼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은 최근 국회에서 ‘김건희 특검법’을 강행 처리했다. 10월 국회 국정감사를 앞둔 시점에 민주당이 김 여사 문제에 대해 총공세에 나선 것이다.

민주당 황정아 대변인은 이날 당 최고위원 회의 후 “김 여사와 관련해 매일 새로운 의혹들이 부각되고 있다”며 관련 의혹 조사를 위한 TF·조사단을 꾸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황 대변인은 “또 다른 트랙으로 김건희 특검법을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등 야당은 김 여사와 관련해 명품백 수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에 더해 최근 공천 개입 의혹 등을 집중 제기하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19일 국회에서 처리한 김건희 특검법 수사 대상에 이런 의혹을 포함해 8가지를 수사 대상으로 명시했다.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 해병대원 순직 사건 관련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에 김 여사가 관여한 의혹, 문재인 정부 때 검찰이 수사 끝에 무혐의 처분한 코바나컨텐츠의 뇌물성 협찬 수수 의혹도 포함됐다.

대통령실 등 여권에선 “민주당이 근거가 희박하거나 일방적인 주장에 기반한 의혹들을 무차별 제기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야권에선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이나 공천 개입 등과 관련해 추가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검찰이 도이치모터스 사건과 관련해 김 여사 기소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시점에 이런 상황들이 전개되는 것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이날 김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 고발 사건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민주당은 장외 친야(親野) 세력과 연계해 김 여사에 대한 공세 전선 확장에도 나섰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윤석열·김건희일가온갖비리진상규명모임’이란 단체와 함께 ‘김건희 특검법 재의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민주노총 등도 28일 서울 등 주요 도시에서 ‘윤석열 정권 퇴진 시국대회’를 열 예정이다.

그래픽=김현국

민주당이 ‘김건희 국정농단’ TF를 가동하기로 하는 등 총공세에 나선 것은 10월 시작되는 22대 국회 첫 국정감사를 ‘김건희 국감’으로 만들겠다는 전략이라는 해석이 정치권에서 나온다. 민주당이 이미 국회에서 일방 처리한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 조만간 재의(再議)를 요구할 것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재가결(再可決) 동력을 확보하려는 것이란 시각도 있다.

야권에서 제기하는 김 여사 관련 의혹은 크게 명품백 수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공천 개입 등 세 갈래다. 명품백 수수 사건과 관련해 검찰은 조만간 김 여사와, 김 여사에게 명품백을 건넨 최재영씨를 불기소 처분할 것으로 알려졌다. 청탁금지법상 공직자의 배우자를 처벌할 근거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검찰 수사심의위원회가 김 여사는 불기소, 최씨에 대해선 기소 의견을 낸 점을 야권은 집중 부각하고 있다. 같은 사건을 두고 수사심의위가 가방을 준 사람은 기소, 받은 사람은 불기소하라고 결론 낸 데다, 검찰이 두 사람을 모두 불기소 처분해도 상당한 잡음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점을 부각하려는 것이란 말이 나온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은 문재인 정부 때부터 검찰이 수사해왔지만 여전히 김 여사에 대한 처분 결정은 내려지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이 주가조작 사건 ‘선수’였던 김모씨가 관련 수사가 불거진 2021년 10월 작성했다는 편지를 JTBC가 입수해 보도했다. 김씨가 김 여사 계좌 관리인으로 지목된 민모씨에게 전달하려던 이 편지에 ‘김건희만 빠지고 우리만 달리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라고 쓴 대목이 있다는 것이다. 야권에선 이런 내용이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인해 오히려 손해를 봤다’는 취지의 윤 대통령 해명과 달리, 김 여사가 주가조작 사범들과 긴밀히 소통한 정황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김 여사가 주가 조작에 가담했다는 직접 증거로 보긴 어렵다는 반박도 있다. 검찰은 선수 김씨가 도피 생활 중 공범에게 쓴 편지에서 ‘김 여사만 빠진다’고 했다고 해서, 김 여사가 주가조작에 연루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2021년 당시) 윤 대통령이 유력 대선 주자로 부상하면서 김씨와 주변 사람은 처벌되고 김 여사는 빠져나가는 것 아니냐는 김씨의 해석일 뿐”이라고 했다. 검찰은 김 여사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공범인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와 2020년 40차례 전화와 문자를 주고받은 것과 관련해, 주가조작 범행 시기(2009년 12월~2012년 12월)와 관련이 없어 김 여사 처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최근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과 명모씨가 연관된 김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은 공수처가 이날 수사4부에 사건을 배당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이 의혹은 김 여사가 지난 4월 총선 공천을 앞두고 김 전 의원에게 지역구를 옮겨달라고 요청하고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는 내용이다. 실제 김 전 의원은 지난 2월 원래 지역구인 창원 의창이 아닌 김해갑으로 출마하겠다고 기자회견을 했다. 다만 김 전 의원은 공천을 받지 못했다.

이와 같은 ‘공천 개입 의혹’에 대해 여권도 민감한 사안으로 보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다만, 총선을 앞두고 김 전 의원 등을 만나 제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김 여사의) 공천 개입으로 보기 애매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야권이 제기하는 삼부토건 주가조작,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에 대한 구명 로비 의혹과 관련해서는 논리적 비약이 있다거나 의혹을 뒷받침할 결정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 두 의혹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으로 항소심까지 유죄가 선고된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가 등장한다. 야권은 이씨의 단체 채팅방 발언을 근거로, 과거 김 여사와 친분이 있던 그가 삼부토건 주가조작, 임 전 사단장 구명 로비를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씨는 “임 전 사단장 구명을 김 여사에게 요청한 적이 없고 구명 운운 발언은 허세였다”고 했다. 야당에서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의 근거로 주장하는 “삼부 체크할게” 언급을 두고도 이씨와 채팅을 한 단톡방 멤버 송호종씨는 “골프장에서 삼부(3부) 하면 오후 5~6시 시작하는 게 있어 그 정도로 이해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