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건물 관리인이 전기 계량기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전기요금 누진제 최고 구간에 속한 가구 수가 전년 동월 대비 21%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가구의 약 41%에 해당하는 1022만 가구에 최고 요율이 적용된 것이다. 정치권에선 전기 절약을 유도한다는 누진제의 취지와 맞지 않고 전기요금 부담을 가중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전력공사가 더불어민주당 장철민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누진제 최고 구간인 3구간에 해당한 가구는 작년 8월 844만 가구에서 올 8월 1022만 가구로 21% 늘었다. 반면 최저 구간인 1구간은 993만 가구에서 985만 가구로 9.9% 감소했고, 2구간은 684만 가구에서 604만 가구로 11.7% 감소했다.

1구간은 기본 요금 910원, kWh당 120원인데 반해 3구간은 기본 요금 7300원, kWh당 307.3원으로 거의 3배에 달해 구간이 변동하면 전기요금이 급증할 수 있다.

올해 사상 최고 기온의 무더위를 기록하며 전력 수요 역시 크게 늘었다. 작년 8월 주택용 평균 전력 사용량이 역대 최고인 333kWh였는데, 올 8월 363kWh에 이르러 역대 최고치를 또 경신했다.

또 작년 8월에는 1구간(39.4%)이 3구간(33.5%)보다 많았지만, 올 8월에는 3구간이 전체의 40.5%로 가장 많았다. 1구간은 35.5%, 2구간은 24.0%였다. 장철민 의원은 “누진요금은 과소비를 막기 위한 징벌적 성격이 있기 때문에 최고구간이 가장 보편적인 상황은 제도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장 의원은 “현 누진제는 기후 위기와 생활방식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재생에너지 확대 등을 통해 친환경적 전기 수급을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한전 관계자는 “폭염으로 주택용 전기요금 부담이 늘어난 것은 맞지만, 주택용 판매단가는 여전히 원가 미만”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