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입법조사관과 국회사무처 의회경호담당관실 관계자가 7일 오후 서울 성동구에 있는 실내 건축 업체 ‘21그램’ 사무실 앞에서 국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할 것을 명령하는 동행명령장 집행을 위해 문을 두드리고 있다. 21그램은 이전되는 대통령 관저의 인테리어 공사를 수주했으나, 일부를 무자격 업체에 불법 하도급한 것으로 감사원 감사에서 확인됐다. 21그램은 김건희 여사가 운영했던 회사 코바나컨텐츠의 행사를 후원한 이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은 이날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한 21그램 대표 김태영·이승만씨가 불출석하자 두 사람에 대해 동행명령장을 발부했다. /연합뉴스

7일 시작된 국회 국정감사 첫날 여야는 상임위 곳곳에서 김건희 여사와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둘러싼 공방을 벌였지만, 새로운 ‘한 방’은 내놓지 못한 채 그간 제기된 의혹을 되풀이했다. 야당 의원들이 김 여사 관련 일부 증인이 불출석하자 동행명령장 집행 현장까지 따라나섰다. 정치권에선 “올해도 정책 국감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감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한남동 대통령 관저 증축 공사’ 관련 의혹을 집중 제기했다. 민주당은 이번 국감을 앞두고 관저 증축 공사에 참여한 ‘21그램’ 대표 김태영·이승만씨를 증인으로 채택했다. 21그램이 공사를 따낸 과정에 특혜가 있다는 의혹을 파헤치겠다는 취지였다. 21그램이 과거 김 여사의 코바나컨텐츠 사무실 공사에 참여하고 전시 기획 후원도 하는 등 김 여사와 친분이 있는 업체란 것이다.

그러나 김태영·이승만씨가 이날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지 않고 국감장에 나오지 않자 민주당 소속 신정훈 행안위원장은 두 사람에 대해 동행명령장을 발부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반발하면서 10여 분간 국감이 파행했다. 행안위 소속 야당 의원 13명 전원(위원장 제외)은 동행명령장 집행에 나선 국회 직원을 따라 21그램 사무실까지 찾아갔다. 사무실 문이 잠겨 있자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증인들이 도망 다니고 있다”며 “지구 끝까지 쫓아가 증인으로 세우겠다”고 했다. 이에 국민의힘 의원들은 “민주당이 정쟁 국정감사를 하고 있다”면서, 최근 불거진 문재인 전 대통령의 딸 다혜씨 음주 운전 사건을 거론하고 나왔다. 국민의힘 이성권 의원은 “문 전 대통령은 ‘음주 운전은 살인 행위’라고 했는데, 그 딸이 면허 취소에 이를 정도의 음주 운전을 했다”고 했다.

국토교통위 국감에서도 21그램 대표 김태영씨 등 관저 공사 관련 증인이 모두 불출석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24일 국토위 종합 감사에도 나오지 않으면 고발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야당 의원들은 이날 김 여사 일가에 특혜를 주려고 노선을 변경했다는 양평고속도로 의혹도 재탕했다. 민주당 복기왕 의원은 “(의혹이 제기된 후) 1년 동안 한 치도 해소되지 않았다”고 했고,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특혜와 외압이 없었다”고 했다.

문화체육관광위에선 민주당 강유정·이기헌 의원이 김 여사가 작년 10월 무관중으로 진행한 KTV 국악 공연을 소수 인원과 함께 관람한 것을 두고 “황제 관람”이라고 공격했다. 이에 국민의힘 김승수 의원은 “황제 의전(儀典)의 끝판왕은 문 전 대통령의 아내 김정숙 여사의 인도 방문”이라며 “순방 목적과 관계없이 40여 명이 따라갔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격했다. 유인촌 문체부 장관은 “팩트는 김 여사가 KTV 행사 중간에 출연자 격려차 방문한 것”이라며 “선의로 봐달라”고 했다.

법제사법위의 대법원 국감에선 이재명 대표 관련 수사·재판을 두고 공방이 벌어졌다. 이 대표는 일곱 사건 혐의 11건으로 기소돼, 네 재판부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이 가운데 최근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은 징역 2년, 위증 교사 사건은 징역 3년을 구형받았고, 두 사건은 각각 11월 15일과 25일 1심 선고를 한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장동혁 의원은 “이 대표가 (검사 사칭 사건 때) 위증으로 무죄판결을 받았고, 그로 인해 지금 정치 생명이 연장된 것”이라며 “위증 교사는 (형이) 가중되면 징역 10개월~3년이 선고될 수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 곽규택 의원은 이 대표 사건 재판들이 지연되는 데 대해 “거대 야당 대표라는 이유만으로 재판을 지연해도 되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같은 당 송석준 의원은 “오늘 국감이 마치 ‘이재명 국감’ 같다”며 “이재명 대표를 위한 재판이 이곳 국감장에서 이뤄지는 것 같다”고 했다.

반면 민주당 전현희 의원은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는 검찰 출입 기자였던 김만배씨와 친분이 없다고 했다. 알 만한 정황이 충분했는데도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고 했다. 이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 고(故)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1차장을 몰랐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게 불공정하다는 것이다. 민주당 서영교 의원은 “검찰이 (이 대표 선거법 사건에서) 2년형을 구형한다. 미친 것”이라고 했고, 같은 당 이건태 의원은 “이 대표가 일주일에 최대 5일을 재판받아야 되는데 매우 가혹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