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된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소속 윤한홍(맨 오른쪽) 정무위원장이 더불어민주당 천준호(맨 왼쪽) 의원을 향해 “나가라”며 퇴장을 요구하자, 천 의원이 이에 반발해 항의하고 있다. 여야 의원들 고성이 계속되면서, 윤 위원장은 감사 중지를 선언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이 7일 시작된 22대 국회 첫 국정감사에서 이재명 대표나 야권에 불리한 증언을 할 가능성이 있는 증인 채택을 줄줄이 무산시키고 있다. 반면 윤석열 대통령 내외와 관련한 의혹을 규명하겠다며 자기들이 신청한 증인은 과반 의석을 앞세워 일방 채택하고, 동행 명령장까지 발부해 출석을 압박하고 있다. 전체 상임위 17곳 가운데 민주당 의원이 위원장을 맡은 10곳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민주당 정청래 의원이 위원장을 맡은 국회 법제사법위는 8일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을 수사한 김영철 검사에 대한 동행 명령장을 발부했다. 김 검사가 ‘국정 농단 게이트’ 수사 과정에서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 조카 장시호씨에게 위증을 교사했다는 의혹을 확인하겠다는 이유였다. 김 검사는 위증 교사 의혹이 ‘수사 중인 사안’이라며 불출석 사유서를 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반발했지만 정청래 위원장은 동행 명령장 발부를 강행했다.

민주당은 법사위 국정감사를 앞두고 김건희 여사와 김 여사 모친 최은순씨 등 100명을 증인·참고인으로 채택했다. 그런데 이재명 대표에게 불리한 증언을 할 가능성이 거론된 국민의힘 신청 증인·참고인은 모두 채택하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가 재판을 받는 대장동 사건과 관련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 권순일 전 대법관, 남욱 변호사, 박영수 전 특별검사와 문재인 전 대통령의 딸 다혜씨 등 증인·참고인을 39명 신청했지만, 민주당은 과반 의석을 앞세워 자기들이 신청한 증인·참고인 채택안만 표결에 부쳐 통과시켰다.

이날 교육위의 교육부 국감에서도 민주당 김영호 위원장은 김 여사 논문 대필 의혹을 규명하겠다며 증인으로 채택한 설민신 한경국립대 교수가 ‘증언할 수 없는 정도의 건강 상태’라는 전문의 처방을 받아 불출석 사유서를 내자 동행 명령장을 발부했다. 반면 국민의힘이 신청한 조희연 전 서울시교육감, 유은혜 전 교육부 장관 등은 민주당 반대로 증인 채택이 무산됐다. 국민의힘은 조 전 교육감을 상대로 전교조 특혜 채용 사건, 유 전 장관을 상대로는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자녀 입시 비리 의혹 등을 캐물을 계획이었다.

민주당 신정훈 의원이 위원장을 맡은 행정안전위도 상황은 비슷하다. 행안위 야당 의원 13명은 전날 김 여사 관련 대통령실 관저 증축 공사 의혹을 파헤치겠다며 동행 명령장 집행관을 따라 관저 증축 공사를 한 업체 사무실까지 찾아갔다. 민주당 소속 행안위원들은 민주당 이상식 의원의 ‘재산 축소 신고’ 의혹을 수사했던 경기 용인동부경찰서장 등도 증인으로 채택했다. 이상식 의원은 국민의힘에서 “보복 증인 신청”이라고 반발하는 가운데 이날 용인동부경찰서장 등 관련 수사팀에 대한 증인 신청을 철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반면 국민의힘 의원들은 경기지사를 지낸 이 대표와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으로 관련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경기도 법인 카드 유용’ 의혹과 관련한 이 대표 아내 김혜경씨, 제보자 조명현씨 등 16명을 오는 14일 경기도청 국감 증인으로 신청했지만 민주당 거부로 채택이 무산됐다. 국민의힘은 최근 음주 운전 사고를 일으킨 문재인 전 대통령 딸 다혜씨도 증인으로 신청했지만 채택되지 않았다.

민주당은 법사위·행안위 국감 등과 관련해 윤 대통령 부부와 맺은 친분을 바탕으로 여권에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하는 명태균씨와, 명씨와 통화한 녹취 등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강모씨를 증인으로 채택해 놓았다. 민주당은 또 유튜브 채널 ‘서울의소리’ 소속 이명수씨와 통화하면서 윤 대통령 내외를 비방하는 내용 등의 녹취가 공개된 김대남 전 대통령실 행정관과 이씨 등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윤 대통령 내외 관련 증인으로 채택된 증인 상당수가 불출석 사유서를 냈지만, 민주당은 이들이 출석하지 않으면 동행 명령장을 발부할 태세다.

한편 전날 민주당 최민희 의원이 위원장인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 국감에서 민주당 정동영 의원은 방송통신위원회에 파견 중이거나 파견됐다가 돌아간 사정 기관 공무원 17명을 한 줄로 세워 갑질 논란이 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