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16일 치러진 전남 영광군수·곡성군수 재선거에서 승리하며 ‘텃밭’을 지켰다. 하지만 승리를 기대했던 부산 금정구청장 보궐선거에서 패배하자 민주당에선 당혹스러운 분위기가 흘렀다. 민주당 김경지 금정구청장 후보가 38.96% 득표율로 국민의힘 윤일현(61.03%) 후보에게 22.07%포인트 격차로 참패하면서다. 민주당은 이번 금정구청장 선거를 앞두고 ‘윤석열 정권 재심판’을 내걸어 조국혁신당과 후보 단일화를 성사시켰다. 이런 가운데 김건희 여사 논란 등 국민의힘에 악재가 이어졌지만 국민의힘·민주당 후보의 득표율 격차는 지난 4월 총선 때보다 더 벌어졌다. 민주당 관계자는 17일 “금정구청장 선거를 계기로 부산 교두보 마련을 기대했는데 당혹스럽다”고 했다. 이재명 대표도 주변에 “이렇게 큰 격차로 질 줄은 몰랐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 금정구는 부산에서도 상대적으로 국민의힘 지지세가 강한 지역으로 꼽혀 선거전 초반부터 민주당에선 “이기긴 어려울 것”이란 분위기가 강했다. 그러나 최근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이 증폭되면서 민주당에선 “해볼 만하다”는 기대도 나왔다. 특히 민주당은 조국혁신당과 여론조사를 통해 김경지 후보를 단일 후보로 내는 데 성공했다. 선거전 막판 명태균씨가 과거 김 여사와 주고받은 카카오톡 대화를 공개해 논란이 커지면서 민주당 일부 인사들에게선 김 후보 승리를 점치는 전망도 나왔다. 민주당 비공개 자체 여론조사에서도 ‘접전’이라는 결과가 여러 차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선거 과정에서 김경지 후보가 국민의힘 윤일현 후보를 이긴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친야 성향 유튜버 김어준씨가 운영하는 업체 ‘여론조사꽃’이 지난 11일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김 후보 지지율은 40.9%로 윤 후보(37.7%)를 오차 범위 안에서 앞섰다. 김씨는 유튜브 방송에서 “(여론조사에서 일부 국민의힘 지지층이 잡히지 않는) 부산 지역 특징을 감안하면 초박빙”이라고 했다. 여론조사꽃이 지난 4일, 지난달 27일 공개한 여론조사에서도 민주당·조국혁신당 후보가 국민의힘 후보를 앞서는 것으로 나왔다.
그러나 금정구 투표함을 열어 보니 국민의힘·민주당 후보의 득표율 격차는 22.07%포인트로 나타났다. 지난 총선 때 두 당 후보 득표율 격차(13.25%포인트)보다 10%포인트 가까이 더 벌어진 수치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한 행사에 참석한 후 기자들과 만나 “이번 선거 결과는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겠지만, 전통적으로 여당 강세인 지역은 그대로 여당 강세가 나타났다”고 했다. 이번 금정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선전해 부산 지역의 교두보로 삼겠다는 구상이 무산된 데 대한 실망감을 나타낸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지난 총선 때 민주당은 부산 지역 18개 선거구 중 1곳에서만 승리했고, 국민의힘이 17석을 휩쓸었다.
여권에 악재가 될 수 있는 이슈가 여러 건 불거진 가운데 치른 금정구청장 선거에서 민주당이 참패하자 당내에선 공개적으로 우려가 제기됐다. 김부겸 전 총리는 이날 페이스북에 “부족했다. 윤석열 정권의 참담한 실정에도 부산 시민들께 믿음을 드리지 못했다”며 “우리 민주당, 더 겸손해지겠다. 국회 다수당에 정쟁보다는 국민의 삶이 우선이어야 한다. 민주당이 가야 할 길을 가겠다”고 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영남 지역 득표력을 높여야 한다”며 “이번 금정구청장 선거는 현 민주당의 영남 확장성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고 했다. 정치권에선 민주당이 압도적 다수 의석을 앞세워 각종 특검법안과 고위공직자 탄핵을 밀어붙이면서 영남권 유권자들의 반감을 산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한동훈 대표가 김 여사 리스크 해소를 언급하며 용산과 분리 전략을 썼던 반면, 민주당은 정권 심판론만 내세워 부산 선거에선 한계를 보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이재명 대표는 이날 강원도 평창을 방문해 ‘배추값 안정화를 위한 현장간담회’를 열었다. 이 대표는 “농작물 수입허가권(쿼터제)을 해당 작물 재배조합에 주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며 관련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