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파인그라스 앞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대통령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과 면담 다음 날인 지난 22일 국민의힘 의원 20여 명과 저녁을 했다. 한 대표가 긴급 소집한 자리였다고 한다. 전날 김건희 여사 문제 해법을 두고 윤 대통령과 인식 차를 확인한 한 대표가 추후 불거질 수 있는 국민의힘 내부 세력 대결에 대비해 세(勢) 규합에 나섰다는 말이 나왔다.

한 대표는 지난 7월 전당대회에서 64% 득표율로 당대표에 당선됐다. 하지만 의원 숫자로 보면 국민의힘 전체 의원 108명 가운데 여전히 윤 대통령을 따르는 친윤(親尹)계가 30~40명 수준으로 친한(親韓)계보다 더 많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 모인 친한계 의원은 20여 명. 한 대표가 지난 6일 서울 종로에서 주재한 만찬에 참석한 의원도 20명 정도였다. 현역 의원 숫자로만 보면 국민의힘 의원 중 친한계 비율은 18.5% 정도다.

친윤계에선 여전히 “우리가 다수파”라고 하지만 현 정권 초반과 비교해 의원 숫자가 줄어들었다는 분석이 많다. 현 정권 초반인 21대 국회 때는 친윤계 의원이 전체의 절반이 넘었을 것으로 추산된다. 실제 친윤계 핵심으로 꼽힌 장제원 전 의원이 2022년 6월 주최한 ‘대한민국 혁신 포럼’에 국민의힘 전체 의원 115명 가운데 58명이 참석했다. 이듬해인 2023년 1월 나경원 의원의 당대표 불출마를 요구하는 연판장에 이름을 올린 친윤 성향 초선 의원만 50명이 넘었다.

그러나 지난 4월 22대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참패하고 윤 대통령 임기도 중반에 접어들면서 친윤계 세가 예전만 못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하고,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의혹들도 잇따라 터져 나오면서 친윤계 결속력이 약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뚜렷한 구심점도 없어 ‘무(無)계파’로 돌아서는 의원들도 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친윤·친한계를 제외한 나머지 50여 명은 ‘관망파’로 꼽힌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 갈등이 정면 충돌로 번질 경우 국민의힘 관망파 의원들이 어느 쪽으로 돌아서느냐에 따라 여권 내 역학 구도가 정리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무계파로 꼽히는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친윤·친한 양쪽 모두 계파의 결집도에선 과거 친이(親李·이명박)·친박(親朴·박근혜)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약한 상황”이라며 “상당수 의원이 계파보단 사안에 따라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