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 등이 31일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명태균씨의 녹취 파일을 공개하고 있다./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31일 2022년 6월 재·보궐선거 한 달여 전 윤석열 당시 대통령 당선인과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의 전화 통화 녹음을 공개하며 “윤 대통령의 공천 개입 의혹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이 공개한 파일은 윤 대통령이 취임식 전날인 2022년 5월 9일 명씨와 전화 통화한 음성을 녹음한 것으로 17초 분량이다. 민주당은 자체 제보 센터를 통해 녹음을 입수했다고 했다. 녹음에 따르면 윤 당선인은 명씨에게 “공관위에서 나한테 들고 왔길래 내가 ‘김영선이 경선 때부터 열심히 뛰었으니까 그것은 김영선이를 좀 해 줘라’ 그랬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라고 했고, 명씨는 “진짜 평생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했다.

민주당은 이 녹음 내용으로 볼 때 윤 대통령이 2022년 6·1 재·보선 당시 경남 창원 의창에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한 김영선 전 의원 공천에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우리 당으로서는 정치적 비상 상황이라 판단하고, 대응도 비상하게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공천 관련 보고를 받은 적도 없고 공천을 지시한 적도 없다”며 “명씨가 김영선 후보 공천을 계속 이야기하니까 그저 좋게 이야기한 것뿐”이라고 했다. 당시 국민의힘 공천위원장이었던 윤상현 의원은 “당선인에게 보고하거나 상의한 적 없다”고 했다. 국민의힘 대표였던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본지 통화에서 “(공천이 본격화되기 전인) 2022년 4월 초 명씨가 ‘김영선에게 전략공천을 주려면 어떻게 해야 되냐’고 해서 ‘경쟁력이 월등해야 한다’는 원칙만 설명했고, 이후 (공천에 대해 명씨와) 연락한 적이 없다”고 했다. 이 의원은 앞서 김 전 의원 공천에 대해 “공관위에 일임했었다”고 밝혔었다.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과 명태균씨의 통화 녹음 파일을 국회 운영위원회의 대통령실 국정감사(11월 1일)와 서울역에서 열리는 ‘김건희 국정 농단 규탄 대회’(11월 2일)를 앞둔 시점에 공개했다. 정치권에선 이재명 대표의 선거법 위반 사건(11월 15일)과 위증 교사 사건(11월 25일) 1심 선고를 앞두고 대여(對與) 공격 강화 차원에서 윤·명 녹음을 공개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민주당이 공개한 윤·명 두 사람 통화는 17초 분량이다. 두 사람의 통화 시점은 경남 창원 의창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한 달여 앞둔 2022년 5월 9일. 윤 대통령 취임을 하루 앞둔 시점이었다. 녹음을 들어보면 윤 대통령은 “공관위에서 나한테 들고 왔길래 ‘김영선이 경선 때부터 열심히 뛰었으니까 그거는 김영선이를 좀 해줘라’ 그랬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라고 했다. 그러자 명씨는 “진짜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고맙습니다”라고 답한다. 이 통화 이튿날인 5월 10일 김영선 전 의원은 국민의힘 후보로 확정됐다.

민주당은 이런 통화 내용으로 볼 때, 명씨가 윤 대통령에게 전화로 김 전 의원 공천을 부탁했고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 공천에 개입해 김 전 의원 공천이 성사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이를 뒷받침하는 정황이라며 2022년 6월 15일, 명씨가 지인에게 윤 대통령과 통화한 내용을 설명하는 상황이라는 또 다른 녹음 파일도 공개했다. 이 녹음을 들어보면 명씨는 지인에게 “지 마누라(김건희 여사)가 옆에서 ‘아니 오빠, 명 선생님 그거 처리 안 했어? 명 선생님이 이렇게 아침에 놀라서 전화 오게 만드는 오빠가 대통령으로 자격이 있는 거야?’ 그러니까 (대통령이) ‘나는 분명히 했다’고 마누라보고 얘기하는 거야”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의 불법이 김 여사에 의한 것임을 보여주는 내용”이라고 했다. 이재명 대표도 이날 윤 대통령과 명씨의 통화 내용과 관련해 “있을 수 없는, 참으로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녹음 공개 후 대통령실은 언론 공지를 통해 “당시 윤 당선인은 공관위에서 공천 관련 보고를 받은 적도 없고, 또 공천을 지시한 적도 없다”며 “당시 공천 결정권자는 이준석 당대표, 윤상현 공천관리위원장이었다”고 밝혔다. 2022년 6·1 전국 동시 지방선거와 함께 치른 국회의원 선거구 7곳 재·보선과 관련한 국민의힘 공천은 당 공관위에서 결정했을 뿐, 윤 대통령은 개입한 일이 없다는 것이다. 당시 국민의힘 공관위는 4월 말 구성돼 5월 10일 오후 회의를 열어 창원 의창 후보로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확정하고 발표했다.

당시 국민의힘 공천과 관련된 이준석·윤상현 의원 등은 이날 “김 전 의원 공천은 공관위 차원에서 결정됐고 윤 대통령 내외에게 압력을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앞서 페이스북에서 “(2022년 6·1) 보궐선거 공천은 전적으로 공관위에 일임했다”며 “민주당에서 전문직 여성 후보를 공천한다는 이야기가 있어 공관위에서 중량감 있는 전직 다선 의원을 공천한다고 결정했다”고 한 바 있다. 윤상현 의원도 기자들과 만나 “대선 기여도와 경쟁력, 여성 가산점 등의 기준을 따져 김 전 의원으로 자연스럽게 (공천)됐던 것”이라고 했다. 당시 공관위 부위원장을 맡았던 한기호 의원도 “여의도연구원 자체 조사에서 김 전 의원이 다른 후보보다 높게 나와 공관위원들이 이에 기반해 공천을 결정했다”고 했다. 5월 10일 공천 발표 이전에 이미 공관위 차원에서 김 전 의원 공천이 사실상 확정됐다는 얘기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윤 대통령 내외가 6·1 국회의원 보궐선거 외에 다른 선거(같은 해 3월 보궐선거, 6월 지방선거) 공천에도 개입한 정황이라며 명씨가 2022년 6월 15일 지인들과 대화하는 녹음 파일을 추가로 공개했다. 녹음에는 명씨가 여당 인사로부터 ‘명 대표님이 다 만들어주셨다, 영남의 황태자시다’라는 말을 들었다며 자신의 위세를 과시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명씨가 ‘대통령 내외분께서 해주신 거다. 제가 한 게 아니고’라고 하는 대목도 있다. 민주당은 “입수한 녹취가 상당량으로, 계속 공개할 예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