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2일 장외 집회에서 “대한민국 헌법 제1조가 유린당하고 있다”며 “불의한 반국민적 권력을 심판하자”고 했다. 이 대표는 “국민에 맞선 대통령은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음을 역사가 증명한다”고 했다. 그는 정부·여당을 향해 ‘김건희 특검·해병대원 특검 수용’ ‘민생경제 긴급 조치 시행’ ‘전쟁 유발 정책 중단’ 등을 요구했다.
이 대표는 이날 서울역 일대에서 민주당이 주최한 ‘김건희 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 촉구 국민행동의 날’ 집회에서 “국민이 직접 선출한 대통령이 아닌, 책임 없는 자들이 국정을 지배하고, 주권자의 합리적 이성이 아닌, 비상식과 몰지성, 주술이 국정을 흔든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집회는 서울역, 숭례문, 시청 일대에서 열렸다. 민주당은 이날 집회에 30만명이 참석했다고 발표했다. 경찰은 약 2만명이 참석했다고 추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는 이날 연설을 시작하며 “한 가지 양해 말씀을 먼저 드리겠다. 2016년 10월 29일, 청계광장에서 박근혜 정권의 무도함을 질타하는 연설을 한 적이 있다”며 “성남시장, 변방의 장수여서 드리고 싶은 말씀을 자유롭게 드렸지만 지금은 제1야당 대표라서 무거운 책임감 때문에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수 없다는 점을 양해 부탁드린다”고 했다. 이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가 조국혁신당이나 진보당 등 야권에서 나오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 주장에 대해 공식적으로 거리를 두고 있는 점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됐다.
이 대표는 연설에서 “2016년 겨울을 떠올려 보라”며 “가녀린 촛불로 부정한 권력을 무릎 꿇렸을 때, 우리는 주권자를 배반한 권력, 선출되지 않은 권력자의 국정농단은 이 땅에서 영원히 사라질 줄 알았다”고 했다. 이어 “어처구니없게도, 최악의 정권을 맞아 3년도 안 된 시간에 그 모든 꿈은 산산이 부서졌다”고 했다.
이 대표는 “21세기 대명천지 서울 한복판에서 159명의 꽃다운 젊은이가 영문도 모른 채 죽어갔다. 멀쩡하게 도로를 달리던 차들이 수장을 당했다. 젊은 해병은 이유도 모른 채 불귀의 객이 됐다”며 핼러윈 참사와 오송 지하차도 참사, 해병대원 순직 사건 조사 외압 의혹 등을 언급했다.
이 대표는 “최악의 경기침체로 일자리는 줄고 지갑은 얇아지는데 이자, 월세, 물가, 환율은 치솟는다”며 “자영업자가 사상 최대로 폐업하고, 수출마저 뒷걸음질이며, 소상공인 중소기업 대기업 할 것 없이 한계상황에 몰렸다”고 했다.
이 대표는 “이 정부는 비전도 대책도 없다. 무능·무책임·무대책을 넘어 국가안위나 국민의 삶에 관심조차 없다”며 “고속도로 종점을 멋대로 바꾸고 유권무죄 무권유죄식 검찰권 행사 등, 사익과 정치탄압을 위한 권력남용에는 진심인데, 국민과 나라를 위해 무엇을 하는지 알 길이 없다”고 했다. 또 “저성장의 고착화로 일자리는 줄어드는데, 대책 없는 초부자 감세로 국가재정은 거덜났다”며 “정부 역할 축소로 불평등과 양극화는 심화하는데, 서민과 지방의 어려움은 극단으로 치닫는다”고했다.
이 대표는 “세계적 상승 흐름과 반대로 추락하는 증시는 국민의 마지막 희망마저 옥죈다”며 “힘만 세면 주가조작을 해서 수십억씩 벌어도 묵인되고, 대주주가 물적 분할로 알맹이를 빼먹어 우량주를 불량주로 만들어도 책임지지 않는다. 산업정책도 경제비전도 정부가 제시하지 않는다. 대통령이 나서서 지정학적 리스크를 키우는 이런 나라에 대체 누가 투자하겠느냐”고 했다.
이 대표는 “세계의 경찰이라는 미국도 마음대로 못하는 게 국제관계인데, 윤석열 정부는 지난 임기 내내 세계경찰을 흉내 내며 ‘이념 가치 외교’의 깃발을 높이 들고 편향적 진영외교로 일관해, 주변 강대국을 불필요하게 자극해 적대국가로 만들었다”며 “남북은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치달았고, 보수정권이 열고 민주정부가 발전시킨 북방외교는 윤석열 정권에 의해 북방폐쇄, 북러군사동맹으로 퇴행했다”고 했다. 이어 “당장 전쟁이 나도 이상할 게 없는 상황인데, 이 정권은 이역만리 타국 간 전쟁까지 한반도로 끌어오지 못해 안달하고 있다”고 했다.
이 대표는 “국민 삶을 책임져야 할 여당은 대통령과 당대표의 무한 권력 다툼과 계파갈등 속에 백팔번뇌하는 대통령실 여의도출장소로 전락했다”며 “정부·여당은 국민을 업신여기고 권력을 즐기며, 정치 아닌 정쟁에 몰두했다. 국회와 국민의 동의 없는 우크라이나 파병, 살상무기 지원, 무제한적 거부권 행사, 시행령 통치와 권력남용 등 헌법과 원칙을 어기며 민주주의를 파괴했다”고 했다. 그는 “이 정부는 상습적으로 법을 어기는 범법 정권”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최근 민주당이 공개한 윤석열 대통령과 명태균씨의 17초짜리 통화 녹음 파일도 거론했다. 이 대표는 “국민에 맞선 대통령은 성공할 수 없음을, 그들은 끝내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음을 국민항쟁 승리의 우리 역사가 증명한다”며 “대통령이 국민의 청력과 지능을 테스트하면 안 된다. 대통령실은 온 국민이 대통령의 육성을 들었는데도 또 국민을 속이려 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대통령과 정부에 요구한다. 국민의 압도적 주권의지가 반영된 김건희 특검법·채해병 특검법을 즉각 수용하라”며 “고사 직전 민생경제를 살리는 긴급한 조치를 지금 즉각 시행하라. 민생과 경제에 치명적인 전쟁 유발 책동을 중단하고, 한반도 평화의 길에 즉각 나서야 한다”고 했다.
그는 “1960년 4·19 혁명, 1980년 5.18 민중항쟁, 1987년 6월 국민항쟁, 그리고 2016년 촛불혁명까지 역사의 분기점마다 일어나 행동한 것은 국민이었다”며 “오늘 이 자리에서부터 다시 시작하자. 국민이 이 나라의 주인임을 증명할 때까지, 대통령은 지배자가 아니라 국민의 공복임을 인정할 때까지 함께 싸우자”고 했다.
한편 이 대표는 이날 과학기술 발전과 인공지능(AI)에 대한 대응책, 기본사회, 실용외교 등도 언급했다. 이 대표는 “과학기술에 기반한 초거대 생산력을 활용해, 모든 국민의 기본적 삶이 가능한 사회 즉 기본사회를 준비하고, 기본사회와 지속성장의 선순환을 준비해야 한다”며 “연구 개발에 투자하고 과학 기술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에너지 전환의 시대를 맞아 에너지 고속도로를 건설하고, 재생에너지 보고인 서남해안에 대규모 에너지 신도시를 건설해야 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각자 도생의 국제질서와 진영대립이 격화될수록, 국리민복을 지키는 길은 국익중심의 실용외교뿐”이라며 “싸워 이기는 것은 하수 중 하수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상수다. 그러나 싸울 필요가 없는, 평화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바로 가장 확실한 안보 아니겠느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