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4일 정부·여당의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추진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낸 뒤 SK텔레콤이 여는 인공지능(AI) 전시·발표 행사에 참석해 최태원 SK 회장을 만났다. AI 기업 간담회를 열어 기업인들의 고충도 들었다. 11일엔 한국경영자총협회와 정책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다.
이를 두고 이 대표의 외연 확장 전략의 일환이란 평가가 나온다. 금투세 도입은 민주당 집권 시기인 2020년 여야 합의로 결정된 것인데, 이 대표가 지지층 비판을 무릅쓰고 이를 뒤집는 선택을 한 것이다.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금투세 폐지 수용에 대해 “원칙과 가치를 저버렸다고 하는 개혁 진보 진영의 비난·비판을 아프게 받아들인다”면서도 “주식시장에 기대고 있는 1500만 주식투자자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했다.
금투세는 내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있으나, 국내 주식시장이 하향 국면에 접어들면서 개미 투자자들 사이에서 폐지론이 분출했다. 진성준 정책위의장 등 당내 강경파는 ‘소득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원칙론을 앞세워 금투세 시행을 주장했으나 이 대표가 ‘시장’ 손을 들어줬다는 얘기가 나왔다.
이를 두고 이 대표가 강력한 대여 투쟁을 주도하면서 정책적으로는 중도·보수 노선을 표방하는 일종의 ‘강온양면’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란 분석이 제기됐다. 이 대표는 연임 이후 ‘먹사니즘’(먹고사는 문제)을 앞세워 경제계 인사나 중도·보수 인사와의 접촉면을 늘리고 있다.
당 관계자는 “민주당이 반(反)기업적이라는 선입견에서 벗어나 경제 문제에서도 능력이 있다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했다. 김건희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 등으로 윤석열 정부에 실망한 여권 지지층의 이탈 심리를 파고든 것이란 해석도 있다.
다만 민주당 내부에서는 “우클릭 행보가 지나치다”는 비판도 나온다. 당 관계자는 “말로는 이 대표가 현실주의자라고 하지만, 따지고 보면 눈앞의 표에 눈이 먼 기회주의자 아니겠느냐”고 했다. 야권 일각에선 민주당이 집권하면 금투세 시행 여부를 다시 논의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