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경기도지사와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지난 5월 23일 오후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15주기 추도식에서 대화하는 모습. /경기도

김동연 경기지사와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지난 2일(한국 시각) 독일에서 만난 것으로 6일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의 차기 대선 레이스에서 이재명 대표와 경쟁할 가능성이 거론되는 두 사람이 이 대표의 선거법 위반 사건(11월 15일) 및 위증교사 사건(11월 25일) 1심 선고를 앞둔 시점에 회동하자 정치권에서 그 배경을 주목하고 있다.

김동연 지사는 지난달 27일 5박 7일 일정으로 오스트리아·네덜란드·독일 방문에 나섰다. 경기도청 직원들은 오스트리아·네덜란드 일정을 마치고 귀국했고, 김 지사는 수행 직원, 통역사를 대동하고 독일로 건너갔다. 김 지사는 지난 2일 독일 사회민주당의 싱크탱크인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 초청으로 ‘휴머노믹스와 경제 통일’ 관련 정책 간담회를 하고, 현재 유학차 독일에 체류 중인 김경수 전 지사를 만났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강민석 경기도청 대변인은 “계획에 없던 자연스러운 만남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김동연 지사는 지난 2022년 동시 지방선거 때 민주당 소속으로 이재명 대표의 후임 경기지사로 당선됐다. 그런데 취임 후 친문(親文)·비명(非明)계 인사들을 도청 참모진으로 다수 영입해왔다. 김 지사는 지난 5일엔 비명계 고영인·윤준호 전 의원을 각각 경기도 경제부지사와 정무수석으로 임명했다. 김 지사는 이재명 대표의 ‘전 국민 25만원 지급’ 정책이나 ‘이재명 맞춤형’ 논란이 일었던 민주당 당헌 개정을 공개 비판하기도 했다. 그런 김 지사가 ‘친문 적자(嫡子)’로 꼽히는 김경수 전 지사를 이재명 대표의 1심 선고를 앞두고 만나자 야권에선 “이 대표가 1심에서 당선무효형이나 의원직 상실형을 선고받으면 정국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서로의 입장과 계획을 확인해본 것 같다”는 말이 나왔다.

이런 가운데 비명계 인사들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비명계 원외 모임인 초일회는 내달 김동연 지사나 김부겸 전 국무총리를 초청해 강연을 들을 계획이다. 초일회 간사인 양기대 전 의원은 “현 정국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자리가 될 것 같다”고 했다. 올여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이재명 대표와 당권 경쟁을 벌인 김두관 전 의원도 김경수 전 지사를 독일에서 만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김 전 의원 측 인사는 “김 전 의원이 현재 해외에 체류 중인데 독일을 방문할 것으로 안다”며 “김 전 지사와도 만나지 않겠느냐”고 했다. 김 전 지사는 내달 귀국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비명계의 연대나 결집 움직임이 민주당의 ‘이재명 대표 일극 체제’에 큰 영향을 미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