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이번 주 이재명 대표의 선거법 위반 사건 1심 선고를 앞두고 이 대표 사법 리스크 방어에 당력(黨力)을 총동원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오는 15일 이 대표의 선거법 위반 사건, 25일에는 위증 교사 사건의 1심 판결을 선고한다. 민주당은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이 대표 체제는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이 대표의 피선거권을 제한하는 형이 선고된다면 야권에 미칠 충격파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 위증 교사로 금고(禁錮)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이 대표는 다음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민주당은 ‘재판 방어’에 총력을 기울여 왔고 이번 주 첫 1심 선고를 앞두고 강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11일 민주당 소속 기초자치단체장과 기초·광역의원들이 참여한 전국자치분권민주지도자회의(KDLC)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의와 진실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 재판장님. 이재명 대표의 무죄 판결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했다. 이들은 “민심을 이기는 정치는 없다. 거대한 민심의 파도는 산을 덮게 될 것”이라며 재판부를 압박했다.
친명계 최대 조직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는 이날 이 대표 무죄 판결을 촉구하는 탄원 서명을 마감하고 12일 이 대표 1심 담당 재판부에 탄원서를 제출하기로 했다. 탄원 서명 참여자는 이날 오후 7시 기준으로 105만명을 넘어섰다. 혁신회의는 이 대표 선거법 위반 사건 1심 선고 공판이 열리는 15일에는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이 대표 지지자 5000여 명이 참여하는 무죄 촉구 집회도 열 계획이다.
아울러 민주당은 오는 16일 조국혁신당 등 다른 야(野) 5당과 연합해 윤석열 정부를 규탄하는 3차 장외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도 검찰의 기소 내용을 반박하는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이 대표 방탄을 위한 사법부 겁박”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이재명 사법 리스크’ 방어를 위해 국회의원 170명뿐 아니라 원외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왔다. 민주당 내에는 이 대표 재판 방어를 염두에 둔 기구들이 설치됐고 국회의원과 기초단체장, 기초·광역 의원, 당원들이 장외 집회와 기자회견에 참여하도록 했다. 정치권에서는 “두 건의 1심 선고는 이재명 대표의 대선 가도에서 최대의 분수령”이라며 “‘운명의 시간’을 맞은 이 대표로서는 총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란 말이 나왔다.
민주당은 이달 들어 매주 토요일마다 서울 도심에서 장외 집회를 열고 있다. 윤석열 정부 규탄, 김건희 여사 특검법 처리 등을 내세웠지만 1심 선고를 염두에 두고 세(勢)를 보여주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야권 관계자는 “이 대표 유죄 선고 가능성에 대비해 지지층을 결집하고 사법부를 압박하기 위한 목적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오는 16일에는 조국혁신당 등 야(野) 5당과 연대 집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조국혁신당은 민주당과 달리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공개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또한 민주당은 11월을 ‘김건희 특검의 달’로 규정하고 오는 14일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강행 처리할 계획이다. 14일은 이 대표 선거법 위반 사건의 1심 선고 하루 전이다. 국민의힘 반대로 김 여사 특검법이 부결되는 상황을 만들어 현 정부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끌어올리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이 대표 사건의 1심 선고가 다가오면서 민주당 조직도 사법 리스크 대응에 총동원되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5일 당내에 이른바 사법정의특별위원회를 출범시켰다. 민주당 의원 40여 명이 소속된 더여민 포럼은 최근 국회에서 두 차례 이 대표 무죄를 주장하는 토론회를 열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 대표 무죄를 주장하는 ‘릴레이 서명’을 벌이고 있다.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가 지난달 8일 시작한 ‘이재명 대표 무죄 판결 촉구 탄원 서명’은 11일 100만명을 넘겼다. 지난달 말까지 20만명 수준이었던 서명 인원은 이 대표의 1심 선고가 다가오면서 빠르게 늘어 열흘 정도 만에 100만명을 채웠다. 이 대표가 유력 대선 주자란 점을 언급한 이 탄원서는 “판사님들의 이번 판단은 또 다른 역사로 남을 것”이라며 무죄 선고를 요청했다.
이 대표가 창립 멤버로 참여한 전국자치분권민주지도자회의(KDLC)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대한민국 헌정사에 제1야당 대표가 이렇게 치졸한 탄압을 받은 적은 없다. 이 대표는 무죄”라고 주장했다. 법조계에서는 “법리와 무관한 노골적인 정치적 압박”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 대표 본인도 연일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이 대표는 11일 페이스북에 “이재명은 (위증 혐의로 기소된) 김진성에게 ‘기억을 되살려 있는 대로 말해달라’는 취지를 반복적으로 말했다”며 “이것을 가지고 위증 교사라는 것이 검찰 주장”이라고 했다. 오는 25일 1심 선고가 예정된 위증 교사 사건에 대한 무죄 주장이었다. 이는 이 대표가 2018년 선거법 위반 사건으로 재판받을 때 김병량 전 성남시장 수행비서였던 김진성씨에게 거짓 증언을 요구해 김씨가 법정에서 위증하게 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사건이다.
이 사건에 대해 검찰은 결심공판에서 “이 대표는 재판 하루 전날 변호인을 통해 김씨에게 신문 사항을 제공하고 숙지하도록 했다”며 “이는 수험생에게 답안지를 제공해 만점을 받게 한 것과 같다”고 했다. 김씨는 법정에서 이 대표 요구에 따라 위증을 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친명계는 1심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이 대표 입지는 흔들림이 없을 것이라고 한다. 민주당에서 이 대표를 대체할 만한 인사가 없고 친명계가 민주당 내부를 완전히 장악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이 대표가 어느 재판에서든 피선거권을 제한하는 형을 선고받을 경우, 야권에서 비명계를 중심으로 대안을 모색하는 움직임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