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5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위증 교사 사건 1심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법원 건물 앞에서 이 대표를 기다리던 민주당 윤종군(왼쪽에서 둘째) 의원이 눈물을 훔치고 있다. 이날 민주당 의원 60여 명이 법원 앞에 모여 이 대표를 응원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5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위증 교사 사건 1심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직후 “진실과 정의를 되찾아 준 재판부에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그 과정이 참으로 어렵고 길긴 하지만 창해일속(滄海一粟)이라고 제가 겪는 어려움이야 큰 바닷속의 좁쌀 한 개에 불과하지 않겠나”라며 “우리 국민들께서 겪는 어려움 고통에 비하면 제가 겪는 어려움은 미미하다 생각한다”고 했다. 정부·여당을 향해선 “이제 정치가 서로 죽이고 밟는 게 아니라, 서로 공존하고 함께 가는 정치면 좋겠다”며 “죽이는 정치보다 사람을 살리는 정치를 하자”고 했다.

이 대표는 열흘 전인 지난 15일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형을 선고받았을 때는 아무런 입장 표명 없이 자리를 떴었다. 그러나 이날 무죄 판결을 받고선 밝은 표정으로 입장을 밝혔다. 법원을 떠나 국회에 와서는 취재진에게 “사필귀정이 아니겠느냐”고 했다. 선거법 사건 1심 징역형 선고 때 “미친 판결”(박찬대 원내대표) “사법 살인 시도”(김민석 최고위원)라며 사법부를 비판했던 민주당 의원들도 이날 선고 결과엔 환영 메시지를 냈다. 친명계 좌장으로 꼽히는 정성호 의원은 “대한민국 사법부는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라고 했고, 김병주 최고위원은 “진실과 정의를 되찾아 준 재판부”라며 법원을 치켜세웠다.

위증 교사 사건은 이 대표에게 선거법 위반 사건보다 방어하기 어려울 것이란 평가가 많았다. 더구나 선거법 사건 1심 재판에서 징역형이 선고되면서 정치적으로 위기에 몰렸던 이 대표가 위증 교사 사건 1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아내면서 정치적 모멘텀을 확보하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래픽=양인성

이 대표는 선거법 징역형 선고 이후 흔들렸던 당내 리더십을 재정비하는 동시에 선거법 항소심 재판 대응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우선 최근 열흘 사이 1심 선고가 연달아 나오면서 어수선해진 당 분위기를 다잡으면서 전통적 지지층을 결집하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지난 15일 선거법 사건 1심 재판에서 정치권의 예상을 깨고 징역형이 선고되자 친명계 안에서도 이 대표 유고(有故)를 대비한 ‘플랜 B’를 준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위증 교사 재판에서도 연이어 징역형이 선고되는 등 사법 리스크가 연쇄적으로 현실화할 경우 ‘이재명 일극(一極) 체제’가 흔들릴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실제로 민주당이 11월 들어 매 주말 서울 도심에서 연 장외 집회도 선거법 재판에서 징역형이 선고된 후 동력이 약해지는 것 같다는 말이 민주당 일각에서 나왔다. 그러나 위증 교사 사건 1심 재판에서 방어에 성공한 이 대표는 민주당의 단일 대오를 유지하면서 대여 투쟁에 집중할 전망이다. 이 대표는 이날 재판이 끝나자 국회로 돌아와 최고위원단과 간담회를 소집했다. 이어 기자들을 만나서 오는 28일 있을 김건희 여사 특검법 재표결과 관련해 “국민의힘 의원들의 대오 각성을 기대하고 있다. 국민을 위해 정치를 하는 건지, 사익을 위해 하는 건지 이번 표결에서 보일 것”이라며 국민의힘을 압박했다.

이 대표는 중도 외연 확장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차기 대선 주자로서 지지율을 확고히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최근 당내 반발에도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방침을 밀어붙였고, 위증 교사 1심 선고를 앞둔 전날 밤엔 주주 이익 보호 강화 방안을 담은 상법 개정안에 관한 공개 토론을 거듭 촉구했다. 이 대표 측은 “이 대표가 사법 리스크에도 차기 대선까지 버틸 수 있는 힘은 뭐니 뭐니 해도 지지율”이라며 “지지율을 지금보다 더 끌어올리려면 중도층 민심을 잡아야 하고 이를 위해 재판 일정에 관계없이 민생 일정을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한국갤럽이 지난 5~7일 실시한 차기 지도자 선호도 조사에서 29% 지지율로 여야 통틀어 1위를 기록했다.

이 대표 측의 이런 분위기는 다음 대선(2027년 3월) 전에 확정 판결이 날 가능성이 있는 재판이 1심 선고가 나온 선거법 재판과 위증 교사 재판 정도일 것이라고 보는 것과 관련이 있다. 이 대표는 이 두 재판 외에도 대장동·백현동·위례·성남FC 사건, 불법 대북 송금 사건, 경기도 법인 카드 유용 사건 등 재판 3건을 더 받고 있다. 그런데 이 3건은 여러 사건이 병합된 데다 지금까지 일부 혐의에 대해서만 심리가 진행되거나, 아직 정식 재판이 열리지도 않아 1심 선고가 언제 나올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선거법 위반 사건은 선거법에서 1심 6개월, 2·3심은 각각 3개월 내에 끝내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이 대표의 선거법 재판은 1심 선고가 나는 데 2년 2개월이 걸렸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최근 ‘신속 재판’을 강조하고 있어 선거법 위반 사건 재판은 내년 상반기 중 대법원 확정 판결까지 내려질 가능성도 있다. 이 때문에 정치권 일각에선 이 대표 측이 유죄 선고의 근거가 된 선거법의 ‘허위 사실 공표’ 조항이 헌법에 위배된다며 법원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할 가능성도 거론한다. 항소심 재판부가 만약 위헌법률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제청하면, 헌재의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재판은 중단된다. 한 친명 의원은 “허위 사실 공표죄 조항이 표현의 자유, 과잉 금지 원칙, 정당 활동의 자유를 저해한다는 점에 관해 헌재의 판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