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오는 28일로 예고했던 ‘김건희 여사 특검법’의 국회 본회의 재표결을 다음 달 10일로 늦추기로 했다고 26일 밝혔다. 민주당은 그동안 김 여사 문제를 주로 ‘이재명 사법 리스크’ 방어를 위한 대여(對與) 공격용으로 썼다. 하지만 전날 이재명 대표가 위증 교사 사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아 여유를 되찾으면서 김 여사 특검법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앞서 이날 윤석열 대통령은 김 여사 특검법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윤 대통령이 취임 이후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은 25건으로 늘었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우원식 국회의장 주재로 열린 양당 원내대표 회동을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김 여사 특검법 재표결은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12월 10일에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여당과 야당이 총력을 다해 표결에 참여해야 하기 때문에 (표결 날짜를 늦춰) 여야가 충분히 대비하게 하는 게 적절하겠다고 본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지난 14일 세 번째 김 여사 특검법을 강행 처리한 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재표결하겠다”고 했었다. 그런데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의 당원 게시판 논란으로 여권에서 분열 조짐이 보이자, 이를 지켜보자면서 특검 재표결 시점도 늦춘 것이다. 재표결 통과를 위해서는 국민의힘에서 8표 이상 이탈표가 나와야 한다. 민주당 강유정 원내대변인은 “여권 내부 분열이 가시화되고 있어 조직적 이탈표를 기대할 수 있다는 의견이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당초 예상보다 늦어진 점도 배경이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거부권 행사 이틀 만에 재표결에 부치는 것보다는, 여권의 움직임이 오합지졸인 상황에서 시간적 여유를 갖고 윤 대통령이 김 여사 특검에 세 번째 거부권을 행사한 것의 부당함을 알려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고 했다.
민주당은 ‘검사 탄핵’도 마찬가지로 늦추기로 했다. 민주당은 김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대한 검찰의 불기소 처분과 관련,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과 조상원 4차장, 최재훈 반부패수사2부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28일 본회의에 보고할 계획이었다. 그렇지만 민주당은 국민의힘과 합의해 검사 탄핵소추안을 다음 달 2일 본회의에서 보고하고, 4일에 의결하기로 일정을 바꿨다. 탄핵소추안은 본회의 보고 24시간 이후부터 72시간 이내에 의결해야 한다. 박 원내대표는 “28일 본회의에 보고하면 처리할 (본회의) 날짜를 별도로 잡아야 하지만, 2일에 보고하고 4일에 의결하면 자연스럽게 여야 간 충돌 없이 일정을 처리할 수 있다”고 했다.
해병대원 순직 사건 조사 외압 의혹을 규명하겠다며 띄운 국정조사도 처리 시점이 유동적이다. 당초 28일 본회의 안건으로 민주당 내에서 논의됐으나 현재는 12월 초 실시계획서 의결이 거론되고 있다. 앞서 우 의장은 여야에 27일까지 국정조사특위 위원을 선임해달라고 요청했는데,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이를 제출하지 않으면 특위를 단독으로 구성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국정조사에 대해 기본적으로 부정적인 입장”이라며 “내부 의견을 조금 더 듣겠다”고 했다.
여야는 헌법재판소 재판관 국회 몫 3명 추천은 조만간 마무리하기로 했다. 추 원내대표는 “이른 시점에 마무리할 수 있도록 서로 계속 대화하기로 했다”고 했고, 박 원내대표는 “상당한 접근이 있었기 때문에 조만간 결과를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