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일 고향인 경북 안동을 찾아 국민의힘 소속 이철우 경북지사를 만났다. 이 자리에서 이 지사는 민주당의 자체 감액 예산안 강행 처리 방침을 비판하며 내년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지원 예산 증액을 요청했다. 이에 이 대표는 “정부가 수정안을 내고 우리와 협의하면 된다”고 했다. 여권에선 “정부가 편성한 새해 예산안을 일방적으로 감액해 처리하려 하면서 증액 수정안을 내라고 하는 등 정부를 우롱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이 지사는 이날 “민주당이 의회 권력을 독점하고 있다”며 “국회에서 감액안만 반영한 예산안을 처리하는 것은 처음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에게 ‘2025 경주 APEC’ 지원 예산을 증액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자 이 대표는 “(민주당의 감액 예산안은) 쓸데없는 것만 잘라낸 것”이라며 “정부가 쓸데없이 특수 활동비 등만 잔뜩 넣어놓으니 삭감안이 통과된 것”이라고 했다. 검찰 등 사정 기관 특활비를 중심으로 삭감했다는 주장이다. 이 대표는 다만 APEC 예산 증액과 관련해서는 “우리도 현실적으로 공감하는 사안이다. (정부가) 증액이 필요하면 수정안을 내면 된다”고 했다. 이에 이 지사가 “12월 2일이 (예산안 처리) 시한이지 않으냐”고 하자, 이 대표는 “진지한 협상이 가능하다면 그거야 길이 없겠나”라고 답했다.
이 대표 발언에 대해 민주당 이해식 당 대표 비서실장은 “이번에 감액 위주로 예산이 통과됐는데, 이제 (정부 등에서) 수정안을 내게 될 경우 협의할 용의가 있다는 얘기를 한 것”이라고 했다. 이 실장은 이 대표가 주장해온 지역화폐 예산 신설과 관련해서는 “APEC이 협의가 가능하다면, 지역화폐 국가 예산 지원도 협의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했다. 앞서 민주당은 국회 행정안전위에서 ‘이재명 예산’이라 불리는 지역화폐 예산 2조원을 정부 동의 없이 단독으로 신규 편성했다. 그러나 돌연 자체 ‘감액 예산안’을 지난 29일 예산결산특위에서 처리하면서 이 예산도 함께 없앴다.
이 대표는 오후엔 경북 포항으로 건너가 죽도시장에서 상인들과 간담회를 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우리가 삭감 예산을 올렸더니 난리가 났는데, 원래 국회가 하는 게 그런 것”이라며 “그런데 (정부·여당은) 자기들이 필요하면 설득해야지 그걸 싸움으로 받아들인다”고 했다. 이 대표는 2일엔 대구에서 당 최고위원 회의를 주재한다. 민주당 지지율이 가장 낮은 대구·경북을 1순위로 찾은 것은 지난 25일 위증교사 사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외연 확장에 나서겠다는 뜻을 강조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