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2일 발의한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 소추안에서 그를 탄핵해야 하는 사유를 공개했다. 핵심은 최 원장이 문재인 정부를 겨냥해 ‘표적 감사’를 벌이면서 윤석열 정부에서 빚어진 사건 감사에선 진상을 은폐·축소하려 했다는 것이다. 헌법에서 직무상 독립성이 규정된 감사원이 정치적 중립성을 위반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감사원 측은 “감사는 통상 과거 3~5년 전 이뤄진 정책을 대상으로 이뤄지고, 현 정부 정책도 감사를 진행했거나 진행 중”이라고 반박했다. 민주당이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 감사’를 탄핵 사유에 포함한 것을 두고는 ‘엉터리 탄핵’이란 논란도 일었다. 이 감사는 지난 정부 시절 여야 합의로 국회가 요구한 것인 데다, 최 원장 취임 전에 처분이 완료돼 그와 무관하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우선 최 원장이 감사원의 직무상 독립 지위를 부정해 헌법과 감사원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2022년 7월 최 원장이 국회 법제사법위에 증인으로 출석해 ‘감사원은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지원하는 기관이냐’는 의원 질의에 “지원하는 기관이라고 생각한다”고 답변하고,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감사를 통해서 국정을 지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최달영 감사원 사무총장은 “정부에 대해 (감사를 통해) 철저한 감시와 견제를 하게 되면 결과적으로 국정 운영에 도움이 된다는 취지로 말한 것인데 민주당이 진의를 왜곡하고 있다”고 했다.
민주당은 감사원이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감사에서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방부, 해경 등의 사건 은폐·왜곡 혐의를 적발해 20명을 검찰에 수사 요청한 것을 두고 “증거 인멸, 도주 우려가 없는데도 수사를 요청해 감사원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정부의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배치 고의 지연 의혹을 감사해온 감사원이 최근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 등 4명을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에 수사 요청한 것도 탄핵 사유에 포함됐다. 민주당은 또 2022년 전현희(현 민주당 의원) 당시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감사가 ‘정치적 표적 감사’로 직권남용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감사원이 “전 위원장이 오후에 출근하며 상습 지각을 한다는 것 등을 언론에 누설”했고, 이는 전 의원에 대한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도 했다. 전 의원은 이 탄핵 소추안 발의에 동참했다. 이에 대해 최달영 사무총장은 “전 정부 일은 감사해선 안 된다면 헌법이 부여한 감사원 본연 기능 수행이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했다.
감사원은 월성 1호기 감사와 관련해서는 “이 감사는 2019년 10월 여야 합의로 국회에서 요구한 감사로서 최재해 원장 취임 전인 2020년 10월 감사 결과 처리가 완료, 공개됐다”고 반박했다. 최 원장은 이 감사 처분이 내려지고 1년여 뒤인 2021년 11월 취임했다. 감사원은 대통령실 및 관저 이전 감사를 부실하게 했고 핼러윈 참사 감사 계획이 있는데도 이를 은폐했다는 민주당 주장에 대해서도 “대통령실 이전 감사는 경호처 간부 등의 중대 비리를 적발해 수사 기관에 넘겼고, 핼러윈 참사는 ‘사회적 재난 대비 체계’ 감사라는 이름으로 추진 중이라는 계획이 공개돼 있다”고 했다.
민주당은 서울중앙지검 이창수 지검장과 조상원 4차장, 최재훈 반부패수사2부장에 대해선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과 관련해 “김건희 여사에게 통상의 수사 절차에선 상상할 수 없는 특혜를 제공하고, 다른 사건 관계자와 달리 압수수색 등 강제 수사도 진행하지 않았고 김 여사의 중대 범죄에 관한 증거를 외면한 채 불기소 처분했다”는 점을 탄핵 사유로 꼽았다. 검찰 측은 “수사 처분 과정에서 불법적인 일이 없다”며 “정치적 탄핵으로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