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2일 대구에서 “경제성장이 멈추고 있고, 내수가 침체되고 있다”며 “이럴 때일수록 정부의 적극적 재정 정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이 대표는 “경제정책 기조의 전면 전환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윤석열 정부의 ‘긴축 재정’ 기조의 전환도 촉구했다. 돈을 적극적으로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가 재정을 투입해 내수 경제를 활성화하자는 것은 야당 대표로서 충분히 할 수 있는 말이다. 최근 대통령실과 정부도 양극화 해소를 위해 ‘재정의 적극적 역할’을 강조하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이런 이 대표의 발언이 곧이곧대로 들리지 않는 것은 민주당이 불과 사흘 전에 국회 예산결산특위에서 4조1000억원을 삭감한 초유의 감액 예산안을 강행 처리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예산안에서 각종 연구·개발(R&D), 보건, SOC(사회간접자본), 재해, 국방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삭감했다. 미래 산업과 관련 있는 기초 연구, 양자, 반도체, 바이오 등의 R&D 예산은 815억원 감액했다. 국민 건강과 민생에 직결되는 보건 예산은 1118억원, 재난 대비 예비비는 1조원가량 깎았다. 민주당 관계자는 “감액 예산안은 이 대표 뜻이 강하게 반영된 것”이라고 했다.
여기서는 정부 예산을 마음대로 칼질하고, 저기 가서는 “정부가 돈을 더 써야 한다”고 앞뒤가 다른 모습을 보이니 이 대표의 소위 ‘민생 행보’가 사실은 본인의 정치적 이익을 챙기기 위함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정부 동의가 필요한 조 단위 ‘이재명 표 지역 화폐’ 예산을 따내기 위한 협상 수단으로 ‘예산 감액 쇼’를 벌인 것이란 말도 나오는 상황이다. 이 대표는 민주당이 전액 깎은 사정 기관과 대통령실의 특정 업무 경비, 특수활동비 760억원에 대해 “쓸데없는 예산”이라고 했는데, 국회 것만 195억원 고스란히 살려두기도 했다.
국민은 제1 야당 대표, 유력한 대통령 후보에게는 그에 걸맞은 일관되고 책임 있는 모습을 기대한다. 그때그때 다르고 “존경한다고 했더니 진짜로 존경하는 줄 안다” 같은 행태는 그만 봤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