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국회의장이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8회국회(정기회) 제14차 본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우원식 국회의장은 2일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에서 단독 처리한 ‘감액 예산안’의 본회의 상정을 미루겠다고 밝혔다. 우 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여야(與野)에 엄중히 요청한다. 정기국회가 끝나는 오는 10일까지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했다.

앞서 민주당은 예결위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 677조4000억원 중 4조1000억원을 깎은 감액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예비비 2조4000억원 삭감을 비롯해 대통령실과 검찰, 경찰, 감사원 등 기관의 특활비·특정업무경비(특경비) 전액 삭감, ‘대왕고래 프로젝트’ 예산 삭감, 반도체·바이오 등 미래 성장동력 R&D 예산 삭감 등의 내용이 담겼다.

민주당은 2일 본회의에서 ‘감액 예산안’을 처리할 계획이었지만, 본회의 상정권을 가진 우 의장이 일단 제동을 걸었다. 이로써 내년도 예산안도 법정 처리 시한(12월 2일)을 넘기게 됐다.

향후 협상 가능성에 대해 여야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예산안 날치기 강행 처리를 사과·철회하지 않으면 어떠한 협상도 없다”고 했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합의 기한을 더 준다고 한들 뭐가 달라질까 의문”이라고 했다.

여야는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도 고성을 지르며 대치했다. 본회의에서 예결위 민주당 간사인 허영 의원은 감액 예산안에 대해 “무시당한 국회의 예산 심의권을 바로잡고자, 회복하고자 지금의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자 예결위 국민의힘 간사인 구자근 의원은 “우리가 치열하게 논의했던 결과가 불과 (날치기 통과) 두 시간 전에 바뀌었다. 윗선(이재명 대표)의 지시가 없었으면 그럴 수 있겠느냐”고 했다.

우 의장이 감액 예산안 본회의 상정을 연기하면서 여야는 협상할 시간을 일주일 정도 벌게 됐다. 하지만 여당은 감액예산안의 선(先)철회를 요구하고 있고 야당은 “특활비는 한 푼도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타협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양당이 10일까지 내년도 예산안 협상에 실패한다면, 민주당은 예결위에서 단독 처리한 ‘감액 예산안’을 본회의에서 처리할 가능성이 있다. 예산안은 법률안이 아니기 때문에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법적 근거가 없어 감액 예산안으로 새해부터 집행에 들어간다. 여권에선 “민주당이 ‘우리 힘만으로 감액 예산안은 얼마든지 통과시킬 수 있다’고 압박하면서, 정부로부터 지역화폐 등 ‘이재명표 예산’ 증액을 얻어내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