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3일 밤 국회는 경찰과 군 병력 등이 배치돼 경계에 나섰다. 경찰 버스가 국회 진입로를 막았고, 방패를 든 경찰은 국회 직원, 출입 기자들의 국회 진입을 막았다. 국회 직원들과 취재진, 개인 유튜버까지 한데 엉켜 고성과 몸싸움도 벌어졌다. 군 장갑차가 국회로 이동했고 국회 상공엔 군 헬기가 진입했다.
비상계엄 선포 소식을 듣고 각 정당은 긴급 소집령을 내렸고 국회의원들이 국회로 속속 소집됐다. 그러나 경찰은 한때 의원들의 국회 진입을 막았다. 의원들은 “의원인데 왜 국회에 못 들어가느냐. 왜 막느냐”며 경찰에 항의해 충돌이 빚어졌다. 밤 11시가 넘어 의원들은 국회 진입이 허용됐다.
이런 가운데 일부 의원과 당직자 등은 국회 외곽 담을 넘는 월담에 나섰다. 민주당 임미애·김현정 등 몇몇 의원은 국회 출입이 막히자 담을 넘어 국회 경내로 들어갔다. 개인 유튜브 채널 생방송을 하며 이동하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도 국회 외곽 담을 넘어 국회로 들어갔다.
의원들과 직원들의 거센 항의가 빗발치자 경찰은 “국회의원과 국회 사무처 직원만 출입시키겠다”고 했다. 밤 11시 20분쯤부터 국회 출입 기자들도 국회 출입이 허용됐다. 갑작스러운 계엄 선포라서인지 경찰도 의원 등의 국회 진입을 막으면서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관가도 영문을 몰라 비상계엄 선포 배경을 탐문하느라 분주했다. 고위급 공무원 상당수는 비상계엄 선포 소식에 “사실이냐”며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공무원은 “오랜만에 회식을 하다가 깜짝 놀라서 뉴스만 보고 있다”고 했다. 다른 고위급 공무원은 “계엄 선포 배경을 아느냐”고 기자에게 묻기도 했다.
정부 부처도 급작스러운 비상계엄 선포에 혼선을 빚었다. 행정안전부·보건복지부·고용노동부 등 주요 부처 보직 공무원들은 정부서울청사, 정부세종청사 등으로 복귀해 긴급회의에 들어갔다. 외교부는 밤 11시 43분에 실장급 간부 회의를 소집했고, 국장급도 대기했다. 교육 당국은 비상계엄 시에 학생 등교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논의했다고 한다.
경찰은 국회에 인원들이 어느 정도 출입했다고 판단했는지 밤 11시 45분쯤부터 “국회 출입을 막겠다”고 말했다. 국회에 늦게 도착한 국회, 정당 관계자들은 국회로 들어가지 못했다.
군은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직후인 오후 10시 40분쯤 김용현 국방부 장관 주관으로 전군 주요 지휘관 회의를 개최하고 전군 비상 경계 및 대비 태세 강화를 지시했다. 군은 이어 북한 핵실험 등 주요 위기 상황에서 소집하는 국방부·합참·각군의 위기 조치반을 소집했다.
군은 오후 11시쯤에는 전군에 비상소집령을 내렸다. 국방부 관계자는 “김용현 국방부 장관이 계엄령 선포를 건의했다”고 전했다.
이즈음 국회 경내에 군 헬기들이 뜨기 시작했다. 여의도에 헬기 소리가 크게 들렸다. 군 장갑차도 여의도로 이동했다. 국회 직원들, 정당 당직자들이 무장 군인들의 국회 본청 진입을 막아섰다. 취재진까지 뒤엉켜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군인들은 잠시 본청 문 밖으로 밀려났으나, 본청 유리창을 깨고 진입했다.
무장한 계엄군은 계엄 해제 표결을 위해 국회의원들이 모인 국회 본회의장에 진입하기 위해 들이닥쳤다. 이에 국회 직원들과 당직자들을 중심으로 본회의장 앞에 스크럼을 짜고 막아섰고, 일부는 군인들을 향해 소화기 분사도 했다. 군인들은 본회의장엔 들어가지 못했다. 대신 무장 군인들이 총기를 들고 국회 본청 내부와 주변을 순찰했다.
야당 의원들은 속속 집결했다. 국민의힘은 상황이 달랐다. 한동훈 대표와 의원 10여 명만 본회의장에 들어왔다. 국민의힘 김상욱 의원은 “추경호(원내대표)가 의원들 못 들어가게 지금 계속 헷갈리게 하고 있다”고 취재진에게 소리치기도 했다. 본회의장 내 의원들이 빨리 투표하자고 우원식 의장에게 소리쳤다. 우 의장이 “안을 만들고 있으니 절차를 지키자”며 의원들을 진정시켰다.
이후 결의안이 상정됐다. 4일 새벽 1시쯤 우원식 의장이 “재석 190인, 찬성 190인으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가결됐다”고 선포했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150분 만이었다.
국회 본회의장에 “와” 하는 소리와 함께 박수가 쏟아졌다. 우 의장은 “국회 의결에 따라 대통령은 즉시 비상계엄을 해제해야 합니다. 이제 비상계엄 선포는 무효”라며 “군경은 즉시 국회 경내를 나가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길 바란다. 국민 여러분께서는 안심하시길 바란다”고 했다. 이후 군경은 국회에서 철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