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5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 소추안 투표를 마치고 기표소에서 나오고 있다. 민주당은 여당 의원 불참 속 최 원장뿐 아니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사 3명에 대한 탄핵 소추안을 통과시켰다. /김지호 기자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7일 국회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소추안 표결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 재표결을 동시에 추진하기로 했다. 국민의힘이 대통령 탄핵 부결을 당론으로 정하자, 이들의 본회의 집단 불참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노림수로 해석된다. 대통령 탄핵안은 가결되려면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이 필요해 국민의힘이 표결에 불참하면 막을 수 있지만, 김 여사 특검법 재표결은 ‘재석 의원 3분의 2 이상’으로 가결되기 때문에 표결에 참여해 반대표를 던져야 한다. 재적은 전체 국회의원 수(300명)이고, 재석은 당일 회의에 출석한 의원 수를 말한다. 민주당 관계자는 “집권 여당이 김 여사 방탄을 위해 표결에 참여했다가, 대통령을 방탄하기 위해 본회의장을 나가는 모습을 국민이 생생하게 지켜볼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5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 탄핵안 의결은 7일 오후 7시를 전후해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이어서 열린 의원총회 후 “김 여사 특검법 재의결도 7일에 (윤 대통령 탄핵안 표결과) 같이 추진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 탄핵 소추안은 6일 자정쯤부터 표결 가능하고, 김 여사 특검법은 10일 본회의에서 처리할 예정이었으나 일정을 조정해 같은 날 표결에 부치겠다는 것이다.

앞서 야권 의원 191명이 발의한 윤 대통령 탄핵 소추안은 5일 0시 48분쯤 국회 본회의에 보고됐다. 탄핵안은 본회의 보고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 표결이 이뤄져야 하므로 6일 0시 49분부터 8일 0시 48분까지 표결이 가능하다. 탄핵안 표결 시점을 6일이 아닌 7일 저녁으로 정한 이유에 대해 조 수석대변인은 “국민도 탄핵안 판단을 위한 시간적 여유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의원들에게도 한동훈 대표처럼 위헌·위법적인 내란, 반란 기도에 대해서 결단해야 하는 충분한 숙고의 시간을 주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 이탈표를 노리겠다는 것이다.

탄핵 소추안 가결 요건은 재적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의원 300명 중 200명이 찬성해야 한다. 범야권 의석이 192석인 것을 고려하면, 여당 의원 8명의 이탈표가 필요하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대통령 탄핵 부결을 당론으로 정하고, 아예 표결에 참여하지 않는 방안이 거론되자 ‘김 여사 특검법 재표결’을 동시에 추진하겠다는 전략을 편 것이다. 대통령이 재의를 요구한 법안의 재의결 요건은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다. 국민의힘으로선 김 여사 특검법을 폐기시키려면 반드시 참석해서 반대 투표를 해야 한다. 노 원내대변인은 “대통령 탄핵을 막으려는 입장에선 (회의장에) 안 오는 게 하나의 수단이 될 수 있지만, 김 여사 특검은 안 오면 통과된다”고 했다.

그래픽=김하경

이 때문에 여권에서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김 여사 특검법 표결에는 출석해 반대표를 던지고, 윤 대통령 탄핵 소추안 표결에는 불참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반란표로 인한 가결 가능성을 차단하기에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국민의힘 의원들이 김 여사 특검법엔 반대표를 던지고, 윤 대통령 탄핵안엔 집단 기권하는 모습이 연출되면 ‘정권 방탄’으로 비쳐 여론이 악화할 수 있다는 부담이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7일 본회의가 국민에게 생중계될 텐데, 국민이 집권 여당의 이런 모습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이날 국민의힘을 향해 윤 대통령 탄핵 소추안 표결에 참여하라고 압박했다. 조 수석대변인은 “(여당이) 집단으로 (본회의장) 입장이나 투표를 하지 않는 식의 행위를 하지 않을까 싶다”면서 “전례가 없는 일이고 스스로 내부 균열을 자인하는 것으로, 국민적 지탄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탄핵 소추안이 부결될 경우 곧바로 재발의하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탄핵안이 인용될 때까지 재발의하겠다는 게 방침”이라며 “대통령이 언제 다시 비상계엄령을 선포할지 모르는데 이대로 대통령이 권한 행사를 하도록 놔둘 순 없다”고 했다. 오는 7일 탄핵안이 부결되더라도 정기국회가 끝난 뒤 12월 임시 국회를 열면 탄핵안을 재발의해 표결에 부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오는 10일 본회의에선 민주당이 국회 예결위에서 단독 처리한 ‘감액 예산안’이 처리될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관계자는 “대통령 탄핵안이 부결될 경우 지금보다 더욱 감액한 예산안이 처리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예산안은 법률안이 아니기 때문에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법적 근거가 없어 새해부터 집행에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