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2차 표결을 하루 앞둔 13일 국민의힘에선 의원들이 그룹별로 모이거나 단체 채팅방 등을 통해 표결 참여 여부와 가부(可否), 탄핵안 표결 이후 정국 향방을 두고 논의를 이어갔다. 국민의힘은 지난 7일 1차 탄핵소추안 표결 때는 ‘탄핵 반대’ 당론을 정하고 표결에 불참했다. 친윤 성향 중진들은 이날 회동에서 탄핵 반대 당론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탄핵 찬성’ 생각을 가진 의원들은 텔레그램 메신저를 통해 표결 참여 등과 관련해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은 14일 오전 10시 의원총회를 열고 관련 당론을 최종 결정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4선 이상 중진들은 이날 오후 3시부터 1시간 동안 회의를 열었다. 논의 결과는 공개하지 않았다. 나경원 의원은 회의 후 페이스북에 “지금은 (탄핵이) 너무 이르다”며 “탄핵을 판단할 헌법재판소 구성도 완료되지 않았다”고 했다. 탄핵 반대 의원 중엔 “대통령에 대한 수사 결과를 보고 표결에 참가하자”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가운데 친윤 핵심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 당론은 탄핵 반대이지만 내일(14일) 의원총회에서 108명 의원 전체 의견을 들어보고 결정하겠다”고 했다. 권 원내대표는 탄핵소추 찬반뿐 아니라 표결 참여 여부도 의원총회에서 결론 내겠다는 입장이다. 한동훈 대표는 전날 의원총회에 참석해 ‘탄핵 찬성’으로 당론을 변경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권 원내대표는 이후 한 대표와 관련 논의를 했느냐는 물음에 “없었다”고 했다. 당론에 따르지 않는 의원과 관련해선 “호소하는 수밖에 없다. (당론을) 강제할 방법은 없다”고 했다.
정치권에선 14일 탄핵소추안 표결 이후 국민의힘이 분열로 치달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이번 표결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될 경우 친윤계는 한동훈 대표의 사퇴와 탄핵 찬성파 책임론을 제기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것이다. 친윤계 핵심 의원은 통화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 찬성표 던진 세력과는 더는 당을 함께할 수 없다”고 했다. 친윤계가 한 대표에 대해 탈당을 요구하거나 ‘한동훈 지도부’를 해체하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을 시도하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국민의힘 당규에 따르면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중 4명이 사퇴하면 당은 비대위 체제로 전환된다. 탄핵소추안 통과 직후 친윤계인 김재원·인요한·김민전 최고위원이 사퇴할 경우, 장동혁·진종오 최고위원 중 1명만 사퇴해도 한 대표 지도부는 와해되는 것이다.
친한계는 “한 대표는 물러날 이유가 없다”고 맞서고 있다. 탄핵소추 국면을 부른 책임은 비상계엄 사태를 초래한 윤 대통령과, 그동안 대통령과 함께 국정 운영에 영향력을 행사했던 친윤계에 있다는 주장이다. 한 친한계 의원은 “당이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동조자가 되는 것을 막은 당대표가,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통과됐다고 물러나는 게 논리적으로 맞느냐”고 했다. 친한계에선 탄핵소추안 가결 여하에 따라 친윤계가 이와는 무관한 이슈를 제기해 한 대표 공격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관건은 비상계엄 사태 이후 수가 늘어난 국민의힘 내 비윤계 태도다. 계파색이 엷은 이들은 윤 대통령의 국정 기조 변화를 촉구해온 한 대표에 대해 우호적 태도를 보여왔다. 하지만 최근엔 “한 대표의 당내 소통이 부족하다”거나 “의사 결정이 독단적이다”라는 등 비판적인 기류도 일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한 대표가 비상계엄 사태 수습 방안으로 한덕수 총리와 공동 국정 운영을 제안하고, 지난 12일 원내대표를 뽑는 의원총회에서 들어가 윤 대통령 담화에 대해 ‘내란 자백’이라고 언급한 이후 더 번지고 있다. 한 대표가 정책위의장에 지명한 김상훈(대구 서구)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에 출연해 “(탄핵안이 가결되면) 지도부가 와해되고 비대위(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다만 탄핵소추안 후폭풍이 길어져 당이 분열하는 상황은 친윤계에도 부담이다. 현재 108석인 국민의힘에서 탈당 등이 현실화될 경우 야당의 일방적 입법을 막을 최소 의석(101석)이 무너질 수 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국정 안정에서 당의 역할을 강조하며 “내일 탄핵 표결로 모든 상황이 끝나는 게 아니다. 내일보다 중요한 것은 내일 이후”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