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튿날인 15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 대표는 “국정 정상화를 위해 국회와 정부가 함께하는 국정 안정 협의체 구성을 제안한다”고 했다. /이덕훈 기자

앞으로 수개월간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로 국정이 운영되면서 더불어민주당의 목소리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민주당은 범야권 의원 192명 중 170명을 보유하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15일 “대한민국 정상화가 시급하다”면서 “국정 정상화를 위한 초당적 협력체, 국회·정부가 함께하는 ‘국정 안정 협의체’ 구성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덕수 대행 측은 “적극적으로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지만,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여당은 여전히 국민의힘”이라며 이 대표 제안을 거부했다. 권 원내대표는 “그동안 민주당은 어떻게 하면 윤석열 정부를 붕괴시킬 것인지에만 관심이 있었다”며 “그런데 탄핵소추 이후 민주당이 여당이 된 것처럼 행동하는 건 옳지 못하다”고 했다.

그래픽=김성규

이날 이재명 대표 제안은 정국 주도권이 자신에게 있다는 것으로 보여주려는 차원으로 해석된다. 이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대한민국 정상화가 시급하다. 민주당은 모든 정당과 함께 국정 안정과 국제 신뢰 회복을 위해 적극 협력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이제 여당이 아니다. 제2당으로서 국정 안정, 민생 회복이라는 공통의 목표에 협조하지 않는다면 정당으로서 존재 이유가 없다”고도 했다.

특히 이 대표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를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어제(14일) 한 대행과 통화하며 ‘이제 정파를 떠나 중립적으로 국정을 해나가야 한다’고 말했고, 한 대행도 흔쾌히 동의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민주당은 지난 3일 밤 비상계엄 심의 국무회의에 한 대행이 국무총리로 참석했다는 점을 들어 한 대행의 탄핵소추를 검토해 왔다.

이날 이 대표는 “너무 많은 탄핵을 하게 되면 국정에 혼선을 초래할 수 있겠다는 판단 때문에 일단 탄핵 절차는 밟지 않기로 했다”고 했다. 한 대행 체제 유지 여부도 민주당 손에 달렸다는 것도 확인한 셈이다.

이 대표는 ‘한 권한대행 체제’의 한계도 못 박았다. 이 대표는 “거부권 행사는 1당과 2당의 입장 차이가 반영된 것”이라며 “어느 한쪽을 거부한다고 하는 건 그야말로 정치적 편향일 수 있다는 말씀도 (한 권한대행과의 통화에서) 함께 드렸다”고 했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 지역화폐법 등 각종 쟁점 법안에 대해 한 대행은 거부권을 행사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 대표는 “직무대행은 교과서적으로 보면 현상 유지·관리가 주 업무”라며 “현상 변경하거나 새로운 질서를 형성하는 건 허용되지 않는 게 원칙”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대통령 탄핵소추로 인한 외교·안보 공백, 경제계의 우려를 챙기는 발언도 했다. 그는 “한미 동맹은 굳건히 지켜질 것이고, 더욱 확장 발전될 것”이라며 “자유민주 진영의 도움으로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들어 냈던 것처럼, 우리는 자유민주 진영의 일원으로서의 책임과 역할을 충실하게 해 낼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또 “국회 제1당인 민주당도 시장 안정화, 투자 보호 조치 등 경제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초당적 협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이와 같은 메시지는 현 상황에 불안감을 느끼는 중도·보수층을 의식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 대표는 2021년 7월 대선 출마 직후엔 “대한민국은 친일 세력과 미(美) 점령군의 합작으로 깨끗하게 출발하지 못했던 나라”라고 했었다. 하지만 비상계엄 사태 이후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가 가시화되면서 이 대표는 한미 동맹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계속 내왔다. 지난 13일에는 미국 등 우방국을 향해 “우리는 자유민주 진영의 일원으로서 성장과 발전의 혜택을 누렸고, 그 일원으로서 역할과 책임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 대표는 동시에 지지층 결집도 챙기고 있다. 이 대표는 전날 탄핵소추안 가결 직후 집회 현장을 방문해 “1차전 승리”라며 “이제 겨우 작은 산 하나를 넘었을 뿐”이라고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촛불 혁명에 이은 ‘빛의 혁명’은 민주주의의 강한 회복력과 대한 국민의 위대함을 세계만방에 알릴 것”이라며 “이제 겨우 한고비 넘겼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