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18일 의원총회를 열고 차기 비상대책위원장을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권성동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 “초선, 재선, 3선 모임별로 의견을 수렴해 비대위원장으로 적합한 사람을 추천하도록 했다”며 “의견을 모으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로 한동훈 전 대표가 지난 16일 사퇴하는 내홍(內訌)을 겪었다. 하지만 당대표 공백 이후 사흘째 상황을 수습할 비대위도 구성 못 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통상 지도부가 해산하면 당대표 권한대행인 원내대표가 당 안팎의 의견을 수렴해 비대위원장 후보를 제시해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비대위원장 추천위원회’를 구성할 것으로 전해졌다. 선수(選數)별 의원 수에 비례해 추천위를 구성하고, 여기서 후보 2명을 제안하면 권 원내대표가 1명을 지명하는 방안이다.
비대위원장 인선이 지연되는 것은 그 자리를 원하는 중진 의원이 여러 명인데 교통정리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이날 의총은 2시간 30분 동안 진행됐지만 이미 비대위원장을 고사했던 6선의 주호영 국회 부의장만 추천됐다고 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의총 도중 의원들이 하나둘씩 자리를 떠났고 끝날 때는 절반도 남지 않았다”면서 “그런데 물밑에서는 비대위원장을 원하는 중진들 간에 세(勢) 규합과 견제가 치열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지난 14일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최고위원들이 사퇴하고, 이틀 후 한동훈 전 대표가 사퇴 기자회견을 하면서 비대위 구성에 착수했다. 앞서 김기현 전 대표가 사퇴하고 한동훈 당시 법무장관을 비대위원장에 지명했을 때는 8일, 한 전 비대위원장 사퇴 후 황우여 비대위원장 지명엔 18일이 걸렸다.
이번엔 내홍 수습을 위해 여당 의원 중에서 비대위원장을 맡아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한 당직자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반대했던 중진이 맡아야 한다는 기류가 강하다”고 했다.
당내에선 신임 비대위원장으로 5선의 권영세·김기현·나경원 의원 등이 거론된다. 일부 중진은 의원들과 접촉하며 세를 규합하고 있다. 권성동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겸임하자는 의견도 있다. 권 원내대표도 “의견을 들어보겠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여당 의원들은 “후보로 거론되는 인사들 간에 신경전이 치열하다”고 전했다.
결국 이날 의총은 비대위 구성에 대해 난상토론만 벌어진 채 결론을 내지 못했다. 윤상현 의원은 “이번 사태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우리 당 의원 108명이 여기서 (비대위원장을) 결정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원외 당협위원장 연석회의를 열자”고 했다. 다른 의원은 권 원내대표에게 “먼저 안을 가져오라”고 했다고 한다.
김도읍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5선, 6선 중에 경험과 경륜이 많고 친윤 색이 옅은 분들이 비대위원장을 하고 초선과 재선, 3·4·5선 등 선수별 대표 의원을 뽑아 비대위원으로 하자는 의견이 나왔다”고 전했다. 조경태 의원은 “비대위는 우리 당이 계엄을 옹호하는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씻어야 하고, 대통령과 분리 작업을 해야 한다”며 탄핵에 반대한 중진 의원이 비대위원장을 맡아선 안 된다고 했다.
의총에서 구체적인 후보자가 나오지 않자 결국 비대위원장 추천위원회를 구성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김대식 원내수석대변인은 “의원들이 반대하지 않았다”고 했다. 한 초선 의원은 “비상상황에서 비대위원장도 조기에 확정 못 하는 상황이 당원들이나 국민에 어떻게 비칠지 걱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