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24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국무회의에서 “여야 협상”을 주문하며 내란·김건희 일반 특검법 공포안을 안건으로 올리지 않고 국회 선출 헌법재판관(3명) 임명과 관련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자 탄핵소추 방침을 밝혔다. 민주당은 한 권한대행을 향해 ‘윤석열의 꼭두각시’ ‘내란 대행’이라는 등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민주당이 요구해 온 이른바 ‘쌍특검’ 공포와 헌법재판관 임명을 한 권한대행이 사실상 거부하려는 것으로 보고 압박에 나선 것이다.
민주당은 이날 “내란 잔불을 잡겠다”며 한 권한대행 탄핵소추안을 당론 발의하겠다고 했다가 일단 보류했다. 민주당은 오는 26일 국회에서 헌법재판관 후보 3명에 대한 임명 동의 표결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이후 한 권한대행이 이들을 즉시 임명하는지, 내란·김건희 특검법 공포와 내란 상설 특검 후보 추천 의뢰를 하는지를 지켜보고 탄핵소추 여부를 다시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한 권한대행을 겨냥해 “국정을 제대로 운영할 생각은 전혀 없고 내란 세력을 비호할 생각밖에 없어 보인다”며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될 것 같다”고 했다. 그는 한 권한대행이 내란·김건희 특검법 등을 공포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 “내란 행위를 지지·지원하겠다는 의사 표명”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또 헌법재판관 임명 문제와 관련해 “헌법기관 구성을 미뤄 헌정 질서를 사실상 파괴하고, 판단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뜻”이라며 “이건 또 다른 헌정 질서 문란, 국헌 문란 행위로 독립적인 내란 행위로 생각된다”고 했다. 한 권한대행이 이날 인사 청문 절차를 마친 국회 선출 몫 헌법재판관 3명 임명을 하지 않으려 한다고 의심한 것이다. 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 요건을 대통령에 준하는 재적 의원 3분의 2(200명) 이상 찬성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과 관련해서는 “그야말로 헛소리에 가까운 주장”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한 권한대행에게 5가지 탄핵 사유가 있다고 했다. 그가 국무총리 시절 해병대원·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윤 대통령에게 건의하고, 비상계엄에 동참했으며, 비상계엄 사태 이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 이른바 ‘한·한’ 체제를 구축해 국정을 운영하려 했다는 것이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된 뒤로는 내란 상설 특검 후보 추천 의뢰를 하지 않고, 국회 추천 헌법재판관 임명을 사실상 거부했다고 민주당은 주장했다.
민주당에선 그동안 한 권한대행 탄핵소추 여부를 두고 의견이 분분했다. 한 권한대행을 윤 대통령의 내란 공범으로 보고 탄핵소추안을 발의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지만, 국정을 흔든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며 반대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명 대표가 지난 15일 “국정에 혼선을 초래할 수 있겠다는 판단 때문에 일단 탄핵 절차는 밟지 않기로 했다”고 해 이 문제는 일단락되는 듯했다.
그러나 한 권한대행이 특검법 공포나 헌법재판관 임명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다고 판단한 민주당 내부에서 다시 탄핵소추 추진론이 일었다. 이후 민주당은 지난 22일 한 권한대행에게 “24일까지 내란·김건희 특검법을 공포하지 않으면 책임을 묻겠다”며 최후 통첩을 했지만 한 권한대행이 민주당 뜻대로 움직이지 않자 탄핵소추 카드를 들고나온 것이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재명 대표가 사법 리스크에 쫓기고 있기 때문에 조급하게 탄핵소추안을 남발하는 것”이라고 했다. 권 원내대표는 “한 권한대행은 대통령에 준하는 지위이기 때문에 탄핵하려면 대통령 탄핵 요건(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과 동일해야 한다”며 “국회에서 2분의 1 이상이 (탄핵안에) 찬성했다고 하더라도 한 권한대행은 지금과 똑같이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했다.
한 권한대행은 이날 민주당의 탄핵소추 추진 움직임에 직접 반응하지 않았다. 그는 이날 국무회의를 열어 국제금융협력대사 임명 안건을 처리했고, 조만간 국제투자협력대사도 임명할 예정이다. 이재명 대표는 “헌정 질서를 파괴하는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가장 큰 경제의 적”이라고 했다. 국무총리실은 “한 권한대행은 헌법재판관 임명 불가 입장을 정하지 않았고, 각계에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며 “한 권한대행 체제가 흔들리면 한국 경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가 무너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