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의총서 “한덕수 규탄” -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24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한덕수는 특검법 공포하라’는 피켓을 들고 “한덕수를 규탄한다”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지호 기자

더불어민주당은 24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국무회의에서 “여야 협상”을 주문하며 내란·김건희 일반 특검법 공포안을 안건으로 올리지 않고 국회 선출 헌법재판관(3명) 임명과 관련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자 탄핵소추 방침을 밝혔다. 민주당은 한 권한대행을 향해 ‘윤석열의 꼭두각시’ ‘내란 대행’이라는 등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민주당이 요구해 온 이른바 ‘쌍특검’ 공포와 헌법재판관 임명을 한 권한대행이 사실상 거부하려는 것으로 보고 압박에 나선 것이다.

민주당은 이날 “내란 잔불을 잡겠다”며 한 권한대행 탄핵소추안을 당론 발의하겠다고 했다가 일단 보류했다. 민주당은 오는 26일 국회에서 헌법재판관 후보 3명에 대한 임명 동의 표결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이후 한 권한대행이 이들을 즉시 임명하는지, 내란·김건희 특검법 공포와 내란 상설 특검 후보 추천 의뢰를 하는지를 지켜보고 탄핵소추 여부를 다시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김용민(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원내정책수석부대표와 박찬대 원내대표,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 앞에서 '국무총리 한덕수 탄핵소추안' 제출 보류 이유를 밝히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한 권한대행을 겨냥해 “국정을 제대로 운영할 생각은 전혀 없고 내란 세력을 비호할 생각밖에 없어 보인다”며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될 것 같다”고 했다. 그는 한 권한대행이 내란·김건희 특검법 등을 공포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 “내란 행위를 지지·지원하겠다는 의사 표명”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또 헌법재판관 임명 문제와 관련해 “헌법기관 구성을 미뤄 헌정 질서를 사실상 파괴하고, 판단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뜻”이라며 “이건 또 다른 헌정 질서 문란, 국헌 문란 행위로 독립적인 내란 행위로 생각된다”고 했다. 한 권한대행이 이날 인사 청문 절차를 마친 국회 선출 몫 헌법재판관 3명 임명을 하지 않으려 한다고 의심한 것이다. 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 요건을 대통령에 준하는 재적 의원 3분의 2(200명) 이상 찬성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과 관련해서는 “그야말로 헛소리에 가까운 주장”이라고 했다.

그래픽=김현국

민주당은 한 권한대행에게 5가지 탄핵 사유가 있다고 했다. 그가 국무총리 시절 해병대원·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윤 대통령에게 건의하고, 비상계엄에 동참했으며, 비상계엄 사태 이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 이른바 ‘한·한’ 체제를 구축해 국정을 운영하려 했다는 것이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된 뒤로는 내란 상설 특검 후보 추천 의뢰를 하지 않고, 국회 추천 헌법재판관 임명을 사실상 거부했다고 민주당은 주장했다.

민주당에선 그동안 한 권한대행 탄핵소추 여부를 두고 의견이 분분했다. 한 권한대행을 윤 대통령의 내란 공범으로 보고 탄핵소추안을 발의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지만, 국정을 흔든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며 반대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명 대표가 지난 15일 “국정에 혼선을 초래할 수 있겠다는 판단 때문에 일단 탄핵 절차는 밟지 않기로 했다”고 해 이 문제는 일단락되는 듯했다.

그러나 한 권한대행이 특검법 공포나 헌법재판관 임명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다고 판단한 민주당 내부에서 다시 탄핵소추 추진론이 일었다. 이후 민주당은 지난 22일 한 권한대행에게 “24일까지 내란·김건희 특검법을 공포하지 않으면 책임을 묻겠다”며 최후 통첩을 했지만 한 권한대행이 민주당 뜻대로 움직이지 않자 탄핵소추 카드를 들고나온 것이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재명 대표가 사법 리스크에 쫓기고 있기 때문에 조급하게 탄핵소추안을 남발하는 것”이라고 했다. 권 원내대표는 “한 권한대행은 대통령에 준하는 지위이기 때문에 탄핵하려면 대통령 탄핵 요건(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과 동일해야 한다”며 “국회에서 2분의 1 이상이 (탄핵안에) 찬성했다고 하더라도 한 권한대행은 지금과 똑같이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했다.

한 권한대행은 이날 민주당의 탄핵소추 추진 움직임에 직접 반응하지 않았다. 그는 이날 국무회의를 열어 국제금융협력대사 임명 안건을 처리했고, 조만간 국제투자협력대사도 임명할 예정이다. 이재명 대표는 “헌정 질서를 파괴하는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가장 큰 경제의 적”이라고 했다. 국무총리실은 “한 권한대행은 헌법재판관 임명 불가 입장을 정하지 않았고, 각계에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며 “한 권한대행 체제가 흔들리면 한국 경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가 무너질 것”이라고 했다.